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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광우병 논란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맑은샘77 2008. 5. 11. 13:37

최근 우리 사회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과 광우병 우려로 논란이 한창입니다.

 

한때의 헤프닝이나 이슈로 여겼던 광우병 논란이 끝없이 확대되고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자 급기야 정부가 광우병의 감염 위험성과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인 확률과 통계를 얘기하고 이성적인 논의를 주문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가슴한켠은 왠지 허전하고 씁쓸하며 한편으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광우병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다루는 포스팅을 많이 하셨고 거기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 여겨 오늘은 광우병 논란이 이토록 뜨거워진 원인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자 합니다.

 

 

 

1. 손해를 보는 것은 누구나 싫어하는 심리  

가정 하나.

한 남자가 1000만원이라는 돈을 들고서 도박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도박장의 벽면에는 게임에 관한 조건이 이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A. 1000만원을 잃을수도 있음.

B. 1000만원을 딸 가능성 50%, 한푼도 안잃을 가능성도 50% 라고 적혀있다고 가정합시다.

 

게임을 꼭 해야만 하는데 위에 두 문구를 보신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대부분 B를 선택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뭔가 모험을 해서라도 이득을 보는 쪽에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다시 가정을 해봅시다.

그런데 이 남자는 게임에서 져서 자신의 밑천인 1000만원을 잃었습니다.             기분이 어떨까요...

반대로 10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면 이 남자는 분명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마도 1000만원을 잃었을 때일 것입니다.

 

통상 사람들에게는 1000만원을 번 것보다 1000만원을 잃은 것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거기다가 자신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최소한 1000만원을 벌지도 못했지만 잃은 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돈을 잃어 버렸다는데에서

오는 상실감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위에서 보여지는 현상을 일컬어 심리학자들은 손실혐오(Loss aversion)라고 부릅니다.

 

이제 쇠고기 협상을 돌아봅시다.

애초에 정부와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을 마치고 나자 일반서민들에게도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선택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시장주의 논리를 폈습니다.

 

그리고 한미FTA의 비준을 위해서도...

또한편으로 한미공조의 복원과 강화를 외교적 성과로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 협상과정상의 하자가 속속 드러나고 여러 정황을 고려해보건데 국민의 최소한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건강권마저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분해서 견디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조차 아직까지 수입하지 않고 있는 30개월 이상의 소까지 받아들였다고 하는 사실이 상실감을 더더욱 키워가고 있는 심리를 정부가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도박을 하다가 1000만원을 잃었다면 그 남자는 두가지중 하나를 선택할 것입니다.

다시 돈을 가져다가 50%의 돈을 딸 확률을 믿고 자신이 잃은 돈을 따려고 하거나 그냥 모든 것을 체념하고서 더이상 도박을 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익히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손실을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에(손실혐오 현상) 다시 도박을 하다가 도박 중독증에 빠지게 되곤 하는데 사람들이 지금 재협상을 다시 하자는 요구가 갈수록 비등한 것도 우리가 손해를 입은 것을 어떻게든 만회하자는 본능과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심리나 상황을 고려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예정대로 15일날 고시를 하고 나면 상황이 진정 국면를 보이리라 여기고 버티는 모양이지만 분명히 심리적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정부가 당초방침대로 고시를 강행하면 겉으로는 상황이 진정되거나 광우병 논란은 시간이 흐르면 수그러드는 모양새를 취할지도 모르지만 향후에 어떤 정책을 내어 놓거나 추진하더라도 국민들은 무조건 불신부터 하게 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누구나 손해보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데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마저 우리 정부가 챙기지 못했다는 상실감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가슴 깊은 곳에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권위자를 따르는 대중심리를 지나치게 과신하는 정부 

실험 하나.

미국에서 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습니다.

 

간호사들과 평소 교제가 전혀 없고 꽤 이름난 의사라고 행세하는 어떤 사람을 한명 내세워서 간호사들에게 전화를 걸라고 한 것입니다.

그 의사(실제로는 의사가 아니다!)가 지시하는 사항은 간호사한테 아스포텐(Aspoten) 20밀리그램을 환자에게 투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가 지시한 투여량이 아스포텐의 최대 투여량보다 2배나 많은 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의사가 직접 와서 승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칙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95%의 간호사들이 별다른 의심없이 그의 명령에 복종했습니다...

 

 

여러분은 위에 실험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바로 간호사들이 의사라는 직함을 믿고 아무 의심없이 무리한 투여를 하게 되는 모습이 권위자의 영향력에 의한 것이란 결론을 도출한 실험인데 우리 정부는 이런 대중의 심리를 너무 과신하는 모양입니다.

 

쇠고기 협상이 졸속적으로 맺어졌다는 여러 정황과 검역대책의 허술함...

그리고 광우병 우려로 인해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분노를 드러내자 정부가 취한 태도가 무슨 의사협회나 관련 전문가 몇명을 동원해서 확률과 통계수치를 들먹이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모습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권위자에 따르는 대중속성을 이용한 것인데 이게 일반적인 경우에는 잘 먹히지만 지금 벌어지는 광우병 논란에는 오히려 역효과라고 보여집니다.

 

전문가들의 말과 해명에 권위가 서고 믿게 하려면 일반 대중이 그 분야를 아예 모르거나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해명을 해줘야만 하는데 광우병에 대해서는 국내에 전문가가 몇명 안된다는 사실과 함께 연구수준이 극히 미약하다는 현실...그리고 전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할만큼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는 질병이라면...

 

정부가 기존에 주장하던 것처럼 너무나 쉽게 안전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은 오히려 몇몇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거나 생명과 관련된 문제를 너무 쉽게 본다는 느낌을 강화시키는데다가 한술더떠 확률과 통계를 얘기하면 대중의 입장에서는 가치 판단에 혼란만 가중되거나 전문가라는 자들이 얼마나 잘나서 우리를 가르치려 하냐는 반발심리만 키우는 형국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나서서 아무리 확률과 통계를 얘기해본들 쇠고기 협상을 통해서 너무 많은 사항을 양보하고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국민앞에 진솔하게 사과를 하고 어떻게든 대책을 세울 생각이나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과학과 확률,통계를 운운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함으로써 정부가 국민들에게 너무 일방적이고 오만하다는 인상과 함께 미국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생각을 각인시킴으로써 반발이 더욱 세지는 것입니다.

 

※이건 여담인데 한국인의 95%가 MM형유전자이며 vCJD에 취약하다는 학설을 의사협회나 몇몇 전문가들이 반박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의대 교과서에도 MM형 유전자는 vCJD에 특히 취약하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을 잘 모르시나 봅니다.

의대 교과서에까지 그런 내용이 적혀있다면 학계에서는 이 내용이 아직까지는 대세이며 정설이라는 말인데도 그것을 몇몇 예외적인 연구사례를 들어 부정하며 아직까지는 모른다고 주장하고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는 자세가 과학적인 모습입니까?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설과 검증이며 과학자들간에 이론이 분분한 경우에는 기존에 확립했던 이론을 따르되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지 기존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을 가설이 나온 것도 아닌데도 이를 말장난식으로 부정함은 과학적이기보다는 지극히 정치적이며 과학,공학윤리에도 크게 위반되는 모습이라서 더욱 안타까우며 이 땅의 전문가와 소위 지식인들은 왜 이렇게 양심과 소신이 없는지 그저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3. 건강과 생명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심리와 그것을 폄하하는 정부에 대한 반발 심리

쇠고기는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라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입니다.

자연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이고 민감한 사안인데 취임한 지 불과 두달밖에 안된 상태에서 민의를 수렴하지도 않은체 미국과 전례가 없는 쇠고기 전면개방을 합의하고 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분노하다 못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인터넷에서 탄핵서명을 하는 것을 무슨 음모론이니 괴담으로 폄하하는 것은 더욱더 반발심리를 키울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쇠고기 전면개방이 한미FTA를 위한 전략적인 사전조치이며 중대한 결단으로 인식하시겠지만 쇠고기 문제의 본질은 새 정부가 취임 두달여간 보여준 행태가 일반 서민들과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기 때문에 도무지 현실성이 없어보이고 정이 안간다는 측면에서 비롯되었음을 너무 간과하는 듯 보입니다.

 

영어몰입교육,0교시와 우열반 부활등으로 일선 고교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얼마나 쌓여가는지...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이 될수도 있는 대운하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여전히 무시하는 듯한 모습들...

장관과 비서진들의 인선에서 드러난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편법과 부정등이 겹치면서 불만이 겹겹히 쌓여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에 해당하는 먹거리 문제까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처리한다고 판단되자 이토록 반발하는 것이지 배후에 무슨 세력이 있어서 학생들을 선동한다거나 한미 FTA자체를 반대하는 이들이 주축이 된 것이 아님을 헤아리시고 촛불집회나 탄핵서명을 주도하는 이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국민들을 자꾸 압박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결론

사람은 누구나 손해보기를 싫어하는 심리...이 땅의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정부의 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그리고 우리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먹거리 문제로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것을 괴담쯤으로 격하하는 데에서 오는 반발심리와 일방적인 노선만을 강요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겹쳐져 이번 광우병 논란이 더욱 커지고 뜨거워졌다고 글쓴이는 생각합니다.

 

정부는 줄기차게 지금의 광우병 논란이 근거없는 괴담이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미국현지에서도 도축과정과 검역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나오는 상태이며 국내적으로도 만에 하나 광우병이 발발할시 해당 질병을 다루고 연구할 수 있는 시설도 극히 미비할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몇명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믿으라는 말들은 너무나 불안하고 막연하게만 느껴집니다.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이번 광우병 논란을 보면서 문득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첼린저 호의 폭발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첼린저 호 발사전부터 몇몇 엔지니어들은 연료탱크 접합부의 O-RING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며 발사를 연기하거나 면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10여차례나 발사가 지연되었으며 그 이전까지 수십 차례에 걸친 우주 왕복여행중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는 생각과 함께 최고의 기술진과 과학자들이 포진한 NASA라는 집단의 오만함이 겹쳐지면서...게다가 사고 가능성도 확률적으로도 극히 희박하다는 계산에 따라 무시할만한 수준의 위험이라고 판단되면서 결국 발사를 강행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NASA의 다음해 우주개발과 연구에 관한 예산확보를 위한 자구책인 측면도 들어 있었으며 레이건 행정부도 안팎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었던 관계로 발사를 더더욱 서두른 측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민들 역시 우주선 발사에 대한 호응과 기대가 워낙 컸던 관계로 더이상 발사시점을 미루지 못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발사를 강행한 첼린저 호는 이륙한지 75초만에 폭발함으로써 소중한 7명의 우주인들 전원을 잃었고 모든 미국민들과 우주선 발사장면을 지켜보던 세계인들에게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그후 3년이 넘도록 미국내 관련 우주산업과 연구개발은 정체되어 버립니다.

(당시 첼린저 호의 동체 제작비는 자그만치 10억 2000만달러였다. 지금의 물가와 시세를 감안하면 적어도 100억달러가 넘을 엄청난 액수이다!)

 

후에 사고원인에 대한 청문회에서 몇몇 기술자들의 보고가 윗선에서 철저히 묵살되었으며 우주선 발사를 강행한 결정적인 이유가 레이건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증언이 나와서 정국이 몹시 어수선하고 미국내 국론이 크게 분열되었던 역사적 사례를 여러분들은 혹시 알고 계시나요...

 

우주 왕복선 첼린저 호의 폭발은 결국 과학,공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맹신(NASA라는 기관에 근무하던 과학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지닌 전문적 지식에 대해 지나치게 오만하고 장담했다는 점)과 무사안일한 관료주의가 결합되어서 만든 필연적 비극이었던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광우병 논란도 보면 볼수록 위의 첼린저 호 폭발사건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과정의 부실과 안전성을 지적하는데도  정부와 소위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무시할만한 수준의 확률이라며 안전을 호언장담하는 모습이나 쇠고기 전면개방을 강행하려는 정황이나 그 이전까지 수십년간 교포나 유학생들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상황들은 어쩌면 그렇게 첼린저 호 사건때와 동전의 양면처럼 일치하는지 새삼 놀라울뿐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1986년의 미국과 상당히 유사(당시 미국은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제하락기조를 맞고 있었다!)하며 새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에 대한 국민적 호응과 기대가 크다는 점(우주선 발사에 대한 미국민들의 기대와 호응이 컸다는 측면과 대비해서 생각해보시길 바란다!)도 한미FTA를 서두르고 그 선결조건인 쇠고기 전면개방을 강행하게 된 배경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확률적으로 극히 희박하다거나 몇몇 전문가들의 장담만을 신뢰하고 발사를 강행하다가 결국 폭발해버렸던 우주 왕복선 첼린저 호의 역사적 교훈을 생각하셔서 똑같은 오판을 이 땅에서 되풀이하지 마시길 부탁드리면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p.s: 우주 왕복선 첼린저 호의 폭발과 원인에 대한 분석과 과학,기술자의 윤리에 대한 부분을 고민할만한 자료가 있어서 pdf 파일로 올려두니 참고하시고 다운로드 받고 싶으신 분들은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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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e Given To DayDreaming...Again...♣
글쓴이 : 반 더 빌 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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