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행복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맑은샘77 2007. 6. 12. 11:35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별로 쓰지 않는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빠 행복을 꿈꿀 여유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행복이란 말은 삼류 신파에서나 써야 마땅한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 지금 행복해”, “너 행복하냐?” 따위의 말들은 맨 정신으로 입에 담기엔 좀 낯간지러운 구석이 있다 (이거 혹시 나만 그런건가). 하지만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라는 사전의 풀이처럼 누구나가 일상생활에서 바라고 있고 또 바라야만 하는 상태이다.



행복지수, 30위가 가장 높아

일상적으로 행복이란 말을 쓰기를 꺼려서인지 우리의 행복지수는 대단히 낮다. 행복지수란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행복의 수준을 측정하여 계량화시켜 놓은 것이다. 영국 레스터(Leicester) 대학의 에이드리언 화이트( Adrian White) 심리학교수가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에서 1백2위에 머물렀다.



이 지도에 따르면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 국가로 랭크됐으며, 그 다음으로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랜드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권에서 중국은 82위, 일본은 90위였고, 한국은 이보다도 훨씬 낮은 1백2위를 기록했다.


물론 지수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이 이 지도 작성에서 사용된 개념들이 진정한 행복을 측정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측정한 행복지수에서도 우리는 결코 높은 수치를 기록하지 못했다.


영국의 싱크 탱크인 신경제학재단(NEF)이 삶의 만족도와 평균 수명, 생존에 필요한 면적과 에너지 소비량 등의 환경적인 여건 등을 종합하여 1백7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행복지수 순위 조사에서도 1백2위를 기록한 바 있고 이코노미스트의 인텔리전스 유닛이 1백11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0위를 기록했다. 이것이 아마 가장 좋은 기록일 것이다.


2003년 미시간대 사회조사연구소가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위는 푸에르토리코, 2위 멕시코, 3위 덴마크, 4위 아일랜드, 5위 아이슬란드, 6위 스위스, 7위 북아일랜드, 8위 콜롬비아, 9위 네덜란드, 10위는 캐나다가 차지했다. 한국은 49위. 미국은 15위였다.


행복지수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행복지수가 낮은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다는 데에도 큰 이유가 있겠다. 동아시아에선 개인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집단 우선의 문화와 충돌하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타임지의 지적도 타당하다.


백인들은 개인의 행복을 긍정적인 목표로 인식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문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즉 동아시아 사회는 개인의 행복 추구가 집단의 시기심을 유발해 집단의 조화를 깨뜨린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것이 우리의 행복지수가 낮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행복지수가 낮은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만큼 우리 사회가 한가롭지는 않다. 행복지수가 낮은 것만이 우리사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몇몇 통계에는 적신호가 켜진지 이미 오래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자살률, 유럽과 일본을 이미 넘어선 이혼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결혼도 제대로 못하고 자식 하나 마음대로 낳아 기를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다. 사실 이런 사회야말로 최악의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 사람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엄두를 못내게 만들어버린 사회를 사회라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얼마나 실현가능한 공약들을 내놓는가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듯싶다. 지금 하는 짓들을 보면 이런 문제들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