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중년

[스크랩] 중년기의 고통과 탄생

맑은샘77 2007. 5. 20. 11:47
중년기의 고통과 탄생


   칼 융은 누구나 35세 이후에는 중년기를 맞이하는데 그 누구도 고통 없이 갈등없이 중년기를 맞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잘 사는 부부가 갑자기 이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늘 금슬 좋았던 부부가 아주 사소한 일에 실망하여 섭섭한 마음이 쌓이다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문제로 확 격노(Rage)하게 되고, 우울증이 밀려오면서 산다는 것이 지루해지고..이런 증상들은 호르몬의 변화로 오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영적으로 보면 인생의 전반기를 유지해왔던 리비도 에너지가 고갈된 증거라고도 한다.


   그래서 융은 중년기는 인생의 오후에 들어가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새로운 의식(意識)이 출현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의식은 고통없이 생기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시기는 융이 말한 연금술적인 삶이 필요하다. 연금술은 중세기에 납이나 돌이나 쇠를 녹인 후 여러 경로를 거쳐 금으로 변화시킨다는 유사과학이다. 융은 이런 연금술은 물리학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였다. 중세인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 연금술을 시도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물질의 변화를 기대하여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정신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연금술을 행했다고 해석했다.


   중년기에는 자기 자신이 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하는 시기이다. 갈수록 쇠해지는 외모, 건강, 기억력, 변화에 대한 부적응 등 많은 문제들이 중년들을 더 힘겹게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쇠 같고 돌 같고 납 같은 무겁고 차가우며 어둡고 흔해빠진 자신의 모습을 다시 번 정화 단계를 거쳐 금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금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융은 개성화(個性化)과정이라 말했다.


   개성화 과정은 이제까지 남들이 가는 넓은 길에서 좁은 길로 들어서는 과정이다. 즉 남 눈치보면서 소신없이 살았던 눈치꾼, 구경꾼, 방관자,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버리고 남들이 가지 않는 좁은 길, 주체성, 만족이 아닌 자족, 스스로 고독에 처함, 투사를 멈춘 깊은 자기 반성의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부하고 또 다시 젊을 때처럼 쉽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중년의 고통을 넘기려 한다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배신행위로 나중에는 정말로 자아가 붕괴할 것 같은 엄청난 고난을 맞이한다고 한다.


   스캇 펙이 쓴 책 대표적인 책의 제목 이름이 "아직도 가야할 길"이다. 그렇다. 그게 중년기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다.


   자기 혼자 작고 좁은 오솔길을 걸으며 외로워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곁에 다정한 누군가가 있어도 자기 이야기만 할 줄 알지 조용히 콧노래를 부르며 함께 그 호젓한 길을 걷지 못한다.


   새로운 의식이 자기 내면에 출현하는 과정은 산모가 고통 속에서 아기를 낳는 과정과 같다. 아기를 낳을 때 피가 터지듯 자궁이 찢겨나갈 것 같은 고통에 온 몸의 뼈가 뒤틀리듯 그런 고통이 우리에게 말을 건낸다.


   이제는 네 차례라고.

출처 : 윤찬우의 아침이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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