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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슈트랙백]내가 기억하는 5.18,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5.18

맑은샘77 2007. 5. 18. 11:33
[이슈트랙백]내가 기억하는 5.18,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5.18

찬란한 햇살이 신록의 푸르름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5월입니다.
그리고 박정희 독재정권이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된 이후,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세력이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당시 분출되고 있던 전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민주화운동세력과 야당 정적을 제거하는 테러를 벌이던 중 야당의 정적 중에서 가장 많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던 김대중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공수부대를 투입해 민간인에 대한 야만적이고 무차별적인 학살만행을 저질러, 이에 광주시민 모두가 일심동체로 부당한 권력의 횡포와 살육에 맞써 저항했던 5월 18일 그날이 찾아왔습니다.

내 머리속에서 지울 수 없는 그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5.18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1980년이면 제가 태어난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때입니다. 당연히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과 만행, 그리고 민중들의 민주화투쟁과 저항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민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할 때까지 17년이란 긴 세월을 보내면서도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눈치채지 못했고, 이에 대해 누구하나 알려주는 이가 제 주변에는 없었습니다.

20년 동안 1980년 5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철없던 아이가 광주를 처음 접한 것은 바로 1996년 봄이었습니다. 서울 남가좌동에 위치한 모 대학에 합격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때였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주최한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광주민중항쟁의 사진을 컴컴한 암실에서 슬라이드를 통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비좁은 암실에서 선배들과 동기들과 뒤엉켜 스쳐가는 광주의 모습들을 보면서, 세상이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였던 저는 두려움과 함께 막연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들이 총칼에 살육당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통곡하는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군입대하기 전 2년 동안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학과(정치외교) 학회 세미나를 통해 알 수 있었고, 거리집회에서 매캐한 최루가스와 날선 방패와 쇠곤봉을 휘두르는 전투경찰을 피해 도망다니며 구호를 외치면서 광주민중항쟁의 그 뜨거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복무와 제대 후 대학 졸업때까지 제 가슴속의 광주는 깊은 잠을 자고 있어야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불확실함에 한창 고민하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2003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자기 삶을 시민운동에서 찾으려 했던 저는 다시 찾아온 5월, 잠들어 있던 광주를 깨웠습니다. 그 뒤 지금까지 가슴속에 자리한 5.18 광주는 매년 5월이면, 막연했던 분노가 아닌 피 끊는 분노와 전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5.18 광주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분노와 전율은 더욱 요동을 칩니다. 그리고 저절로 눈물이 맺히고 코끝이 찡해 옵니다.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5.18은 어떻습니까?

2005년 겨울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활동을 할 당시 광주에 갈 수 있었다


5월의 광주는 아니었지만, 금남로와 전남도청 앞에서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광주를 깨워보았다



* 오늘 하루 동안 제가 기억하는 5.18을 생각하는 동안 몇번이나 팔에 소름이 돋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피흘리며 군부독재에 저항한 민중들의 항쟁과 똑같은 항쟁이 지금 우리 현실에도 반복되고 있는 안타까움과 답답함 때문일 것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피흘리며 항쟁한 영령들이 바라던 그런 세상이 27년이란 긴 세월동안 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짓 민주주의가 판치고 민주화운동이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고 농락당하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연초 5.18기념재단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사진자료를 받아놓은 것을 정리 올립니다.

출처 : 시사
글쓴이 : 리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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