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문화

도박.. 인간의 욕망

맑은샘77 2006. 10. 14. 18:03
도박,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
영화 , 화려한 화투 세계 그려…하지만 현실은 참혹

   
 
  ▲ 고니의 위험한 도박이 시작됐다. (사진제공 무비스트)  
 
현대 사회는 첨단 과학 기술의 앞선 진보에 인간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는 인간을 실존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도 없고 노후는 보장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상품으로 판매하는 특이한 사업이 성황을 이룬다. 보험은 미래의 가상 현실을 매개로 상품을 파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도박을 하는 것이다. 일이 생기면 엄청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돈은 보험회사의 수익이 된다.

엄밀히 보면 주식 투자도, 벤처 기업도, 도박성이 있다. 시대에 따라 비판의 용어가 다르긴 하지만, 도박은 죄악이고 낭비이고 범죄이며 병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도박은 인간의 역사 가운데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숨겨져 왔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도박적’이라는 것이다.

거다 리스는 <도박: 로마제국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우연과 확률 그리고 기회의 역사>에서 현대 사회의 도박의 기원에 대해 언급했다. 도박, 그 본질은 인간의 내면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타짜>라는 영화는 ‘한국적 도박’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할까, 아니면 한국적 현실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할까. 이 영화는 허영만의 만화 ‘타짜’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원작의 만화적 상상력이 어떻게 표현했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어떻게 조율됐을까 하는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되면 아마 그 맛이 반감될 것이다. 오락 영화의 특성은 아무 부담 없이 봐주어야 제 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 부담 없이 영화관 찾아 아내와 영화를 보았다. 추석 연휴에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유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렇게 영화관에 들어섰다.

그들은 왜 도박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일까. 최동훈 감독은 독특한 영화적 시각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전작을 살펴보면 <범죄이 재구성>이 있다. 그의 영화 속에는 ‘반사회적 인물’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나타나 있다.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타짜>에서도 인간의 욕망의 심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얼마나 매혹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가난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고니

가구 공장에서 일하며 희망 없는 삶을 사는 고니는 가난에 찌들어 사는 사내다. 이 사내에게 희망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의 해방이다. 그것은 오직 돈만 있으면 해결될 것 같은 그의 삶 가운데,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찾아온다. 어느 날 고니는 가구 공장 한편에서 박무석 일행이 벌이는 화투판에 끼게 된다. ‘섯다 한판’ 유혹에 결국은 삼년 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전부를 날리고 만다. 모든 것을 빼앗아간 도박판, 그것은 전문 도박꾼 타짜들의 노림수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고니는 박무석 일행을 찾아 나선다. 불행 중 다행일까? 도박 시비가 붙은 창고에서 전설의 타짜 평경장을 만난다. 그를 말리는 평경장. 하지만 필연처럼 그의 핏속에 흐르는 끼를 알아차리고 만다. 고니의 다짐을 받고, 그를 수제자를 키운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치명적인 욕망의 덧에 걸리고 만다.      
 

   
 
  ▲ 일취월장의 고니, 하지만 불행의 서막을 울린다. (사진제공 무비스트)  
 
평경장에게 기술을 터득한 고니, 그는 천부적인 타짜였다. 평경장과 지방 원정을 돌던 중 도박판의 꽃, 만나지 말아야 할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정 마담, 그녀는 고니에게 심상치 않은 승부욕과 욕망을 불어넣는다. 고니는 정 마담이 미리 설계해 둔 판에서 큰돈을 만지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욕망의 덫에 걸리고 만다. 결국의 평경장과의 약속마저도 어기고 마는데.

정 마담과의 화려한 도박 인생, 꿈을 꾸는 듯한 독한 욕망이 그를 사로잡는다. 평경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고니는 그 기차역에서 극악무도한 독종이자, 죽음의 타짜인 아귀를 스치듯 만난다. 이후 고니는 또 다른 만남이 있게 된다. 그는 고광렬, 화투판에서 요란스러운 입담과 다른 타짜들과는 다른 인간미 넘치는 그와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둘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전국의 화투판을 휩쓴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져서 그럴까. 결국은 불행의 파국으로 끊임없이 치닫는 결과를 만든다.

환상의 파트너 앞에 나타난, 화란. 고니와 화란은 첫눈에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고니는 이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 이 길에 끝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을 원치 않는 정 마담, 고니에게 정 마담은 애증 관계요, 한편으로는 또 다른 사랑이 아닌가. 하지만 인간의 욕망의 정점에 있는 정 마담. 결국 그녀는 파국을 선택하게 된다. 정 마담의 덫인 줄 알면서도 목숨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는 고니. 그의 상대는 ‘죽음의 타짜’ 아귀가 아닌가. 인간관계의 얽히고 설킨 덫에 빠져버린 고니. 처음으로 평범한 삶을 꿈꾸게 한 여자 화란과의 사랑도 결국 이루지 못하고 물러설 곳 없는 꽃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각자의 원한과 욕망, 그리고 불행의 파국 치닫는, 이 모든 것이 뒤엉킨, 한 판이 시작된다.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라고 하면 좀 그런가! 예상 못한 결과라고 할까. 고니에게는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었지만, 통상적인 ‘타짜’의 인생들과는 다른 결론은 내렸다. 물론 감독이 <타짜>의 후속편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의 리얼리티가 조금은 떨어지는 구성이라고 할까. 인간의 욕망의 끝은 파국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사라져버렸다.     
  

   
 
  ▲ 인간의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정 마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김혜수. (사진제공 무비스트)  
 
‘한국적 도박 영화’ 완성

이 영화는 고니, 정 마담, 평경장, 고광렬, 아귀 등 인상적인 캐릭터와 도박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정교한 묘사 그리고 재치 있는 풍자와 유머를 탁월하게 잘 버무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홍콩의 <도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무비 관련 프로그램에서 비교되었던 <도신>, 아니면 할리우드의 영화에 보여주는 ‘포커’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한국적 도박의 신기원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땅의 실제 타짜들의 세계를 성실하게 취재하여, 그들의 실제를 다루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영화에서는 그런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에 대한 분출일까.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느껴지는 도박, ‘화투’ 통하여, 무서운 중독성에 대한 성찰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의 인간 욕망에 앞에 사랑도, 우정도, 인간관계도 없는 무서운 불행의 덫을 잠깐 느끼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보다는 오락성과 빠른 스토리 전개, 자극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김혜수, 또한 천재적인 연기 감각을 보여준 조승우, 백윤식과 유해진의 멋들어진 연기가 조합되어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영화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도박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어떤 이들은 ‘인생이 도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현실은 참혹하리만큼 무섭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우리는 ‘바다이야기’를 통해서 온 국민이 ‘도박 중후군’에 걸렸을 정도로 한바탕 시끄러울 때가 있었다. ‘바다이야기’에 심취되었던 우리의 소시민들은 결국은 어떻게 되었는가. 가정이 파괴되었고, 졸지에 신용 불량자가 되었으며, 범죄자와 정신질환자 등이 되어버린 게 현실이다.

‘바다이야기’ 이후에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온라인 도박’으로 자리만 옮겼을 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도박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니’처럼 손 털고 나왔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뉴스앤조이] 10-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