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육

스승의 날인가? 스승을 욕보이는 날인가?

맑은샘77 2006. 5. 28. 16:22
스승의 날인가 ? 스승 욕보이는 날인가?


우울한 스승의 날

‘군사부일체라’고 하며 스승을 존중하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며 선생님들이 존경받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학부모가 된 대부분의 어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생님의 잔상은 어렵고 배고프던 시절에 제자를 사랑으로 이끌어준 훈훈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 네...”로 이어지는 스승의 노래를 부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제자를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을 기리는 날 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 아닌 ‘촌지와의 전쟁 일’로 변모한지 오래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각 미디어는 앞 다투어 ‘교사의 촌지 문제’를 헤드라인으로 다루며 연일 스승을 수치스럽게 하더니, 올해는 기어이 교사들이 촌지 문제로부터 대피하기 위해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걸어 잠그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한 국회의원은 촌지를 받은 교사는 받은 금액의 50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인 ‘교사의 촌지를 근절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했다.
이 정도라면 가히 5월 15일을 ‘스승의 날’이 아니라 ‘촌지의 날’ 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촌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한다고?

우리는 흔히 교육을 말할 때,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의 평등을 말하곤 한다.
교육기회의 평등이란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임과 동시에 다른 아이 또한 내 아이보다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아주 상식적인 등식 관계가 성립한다.
촌지 문제를 다루는 뉴스에서
촌지를 제공하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촌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라고 말끝을 흐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학부모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가 촌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즉 그들은 ‘자기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라고 변명하지만 촌지를 제공하는 내면에는 교사가 자기 아이를 특별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은근한 기대 심리’가 오히려 촌지를 제공하는 주된 이유라 할 것이다.

만약 아무도 촌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촌지를 제공하지 않아서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불이익이 염려돼서 촌지를 제공한다.’는 말은 부정한 학부모들이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촌지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은 촌지를 받은 교사 뿐 아니라 촌지를 제공한 부모에게 더 큰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을 제출했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스승을 욕보이지 말자

필자가 부모로부터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들이나 촌지를 수수하는 교사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가 있다면 이는 스승이 아니라 강도이며, 촌지를 수수하는 교사는 자신의 양심을 팔아먹은 창녀와 같다. 이처럼 사도를 어지럽히는 무리들은 강단에서 영원히 퇴출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해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촌지문제가 화두가 돼야하는 현실은 개선돼야한다. 스승이 스승의 날이 두려워 학교 문을 걸어 잠가야 할 정도라면 이런 스승의 날을 존속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기왕에 스승을 기리는 날이 있다면 그 날이 이름에 걸맞은 날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스승의 날을 12월로 옮기는 등의 대안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아무도 촌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특별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지 않으면 모든 아이가 불이익을 당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촌지를 받는 교사를 지탄하기에 앞서 촌지를 주고픈 유혹에 시달리는 자신의 간사함을 먼저 돌아 볼 수 있는 부모가 많아진다면 더 이상 스승의 날 스승이 대피해야 하는 개탄스런 현실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