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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정은경.."업무애착 높은 사람이 가장 행복"

맑은샘77 2020. 5. 6. 10:04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정은경.."업무애착 높은 사람이 가장 행복"

서영빈 기자 입력 2020.05.06. 07:00 
심리학 논문 '완벽주의 vs 비완벽주의' 행복감 정도 실험
'욜로' '소확행'에 열광하던 사회.."행복에는 여러가지 길 있어"
지난 2월 2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밤새도록 코로나19와 싸우며 확진자를 돌보고 나오는 의료진이 보호구를 벗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순간 얼굴에 눌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2020.2.2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나는 일할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을 하면 정신이 나간 게 아니냐는 반응이 보통이다. 사회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는 일을 싫어하는 척 한다"

3년차 회사원 박모씨(31)가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박씨는 졸업 후 자신이 꼭 하고 싶은 분야에 취직해 일을 시작했다.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기에 저녁과 주말시간까지 털어 넣을 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그다지 '멋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박씨는 "'일을 즐긴다'는 말을 하면 친구들에게 소위 '자발적 노예근성' 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일을 통한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를 허구적인 것, 속아서 주입된 것이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정례브리핑에 참석 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소확행', '워라밸'…그리고 '정은경 본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기 전까지, 우리 사회가 가장 관심 갖던 주제 중 하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었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들도 같은 맥락의 단어들이었다. 모두 일에 몰두하기보다 자기 시간을 갖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요약되는 개념들이다.

'워라밸', '소확행'은 이 시대의 새로운 행복론처럼 떠올랐다. 수많은 대중연사들과 셀럽들이 '소확행'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에 정부도 새로운 중장기 정책방향으로 '워라밸'을 지목하기도 했다.

여유를 추구하는 태도가 곧 멋스러움이기도 했다. 자기 일에 대한 과몰입에서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즐기는 태도야말로 '주체적인 삶'의 징표인 듯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등 트렌디한 예능 방송은 이처럼 여유를 즐기는 삶을 조명했다. '부지런함'과 '일에 대한 몰두'는 어쩐지 '꼰대에게 세뇌 당했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인상을 줬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은 '삶의 질', '소확행' 같은 단어는 잠시나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듯하다. 산책, 모임과 같은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회적 과업에 동참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새를 못참고 클럽으로 달려가 '소확행'을 누린 20대 청년들은 질타의 대상이 됐다.

또 이 시점에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다. '잠은 얼마나 주무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시간보다는 많이 잔다'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막중한 임무를 위해 밤낮 없이 몸을 아끼지 않았으며, 해외에서도 그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질'의 관점으로 돌아와보자. 하루 한시간 잘 정도로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은 정 본부장의 삶은 클럽에 놀러간 20대 청년들보다 불행할까. 정 본부장의 '삶의 질'은 그들보다 낮을까. 지금은 누구도 감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질이 단지 휴식시간의 양이나 소소한 즐거움의 양으로 정해지는 게 아님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쉴수록 행복해" vs "일할수록 행복해"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태도는 행복을 준다. 하지만 완벽주의적으로 자신의 임무에 몰두하는 태도 또한 행복감을 주는 또 하나의 원천이라는 것이 심리학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해 10월 발표한 연구논문 '임금노동자의 일과 여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사람들은 근로시간이 감소할수록 행복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완벽주의와 업무애착이 증가할수록 더 행복해진다. 이 연구는 한국노동패널(KLIPS) 2014~2015년도 4527명의 설문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근로시간 감소와 완벽주의·업무애착 증가는 서로 모순되는 듯 보인다. 업무애착이 증가할수록 보통 근로시간은 증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행복이 복잡하고 모순적인 면을 지님을 보여준다. 여유를 갖는 건 행복에 있어 중요하지만, 일 또한 행복의 중요한 요소다.

보고서는 "임금노동자는 근로시간이 감소할수록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완벽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일에 대한 애착이 높을수록, 스스로 일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을수록 임금노동자가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저녁 있는 삶', '워라밸', '근로시간 단축'은 전 세계 노동정책의 흐름"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이와는 정반대로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허슬 문화가 나타났다. 성공한 기업가들마저 '성공'은 곧 '근무시간'이라는 공식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 교수 외 1명, ['대학생의 완벽주의 성향에 따른 하위집단의 특징: 수동적/능동적 지연행동, 행복, 우울에서의 차이], 상담학연구,2013 © 뉴스1

건강한 성취지향적 삶, 만족도 가장 높아

행복을 좇는 삶의 방식에는 휴식을 추구하는 삶, 일에 몰두하는 삶, 크게 두가지 방향이 있는 셈이다. 둘중 어떤 게 개인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까. 한 심리학 연구는 일에 몰두하는 삶이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3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대학생의 완벽주의 성향에 따른 하위집단의 특징'을 '상담학 연구'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 연구는 대학생 85명을 '비완벽주의' '적응적 완벽주의' '부적응적 완벽주의' 세 부류로 나눈 뒤 전반적 행복 지수와 우울 지수를 측정한 것이다.

적응적 완벽주의란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면서 그에 걸맞은 노력과 성취를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부적응적 완벽주의란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면서도 노력과 성취가 없는 사람으로,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데에 행동의 동기가 있는 사람이다. 비완벽주의란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준이 없으니 따라서 성취 노력도 별로 없는 사람이다. 쉬운 말로는 적응적 완벽주의자는 성취 지향형 인물에 가깝고, 비완벽주의자는 '욜로족'에 가깝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점수의 평균은 세 집단이 각각 Δ비완벽주의 19.20 Δ적응적 완벽주의 21.96 Δ부적응적 완벽주의 14.65점이다. 우울점수는 Δ비완벽주의 6.83 Δ적응적 완벽주의 4.00 Δ부적응적 완벽주의 8.19점이다.

즉 가장 행복도가 높고 우울함이 적은 것은 성취지향적인 적응적 완벽주의자다. 비완벽주의자도 행복한 편이지만 행복한 정도는 적응적 완벽주의자에 비해 덜했다. 가장 행복감이 적고 우울함이 많은 것은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면서 노력은 하지 않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자다.

이 교수는 <뉴스1>과 통화해 "적응적 완벽주의란 하나의 긍정적 라이프스타일로 볼 수 있다. 발전추구적이며 타인의 평가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부적응적 완벽주의자는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자기를 비난하며, 스스로의 기준이 없기에 완벽함을 달성해도 잠시 안도할 뿐 기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점은 세 부류 중 가장 행복도가 높고 우울감이 적은 집단은 '적응적 완벽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걸맞게 노력하며, 성취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큰 기대도 없고 성취에 대한 갈망도 없는 '비완벽주의자'들보다 더 행복했다.

물론 이것이 타의에 따라 불합리한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오로지 타인의 질타를 받을까 두려워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에 가깝다. 세 부류 중 가장 불행한 집단이다.

다만 실험은 행복한 삶의 방식에 여러가지가 있음을 말해준다. 행복한 삶은 휴식을 통해서도 얻어지지만 성취를 통해서도 얻어지며, 특히 건강한 성취지향적 삶이 주는 만족도가 가장높다. 이는 적어도 '여유를 추구하는 태도'만이 진짜 행복이라고 여기는 조류에 대한 반박의 근거는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점에서 성취지향 태도와 '소확행'은 같다. 쉬고 싶다고 생각하면 쉬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성장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다만 기성세대가 말하는 성취는 자신을 위한 거라기보다 회사의 목적에 헌신한다는 의미가 강해서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uhcrat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