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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스 - 천대받던 이 남자, 브라질 유통거물 된 사연

맑은샘77 2019. 4. 25. 22:39

천대받던 이 남자, 브라질 유통거물 된 사연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주(州)의 한 도시 우베를란디아에서 태어난 알라이르 마르틴스(Alair Martins do Nascimento)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10대 어린 시절부터 삼촌의 소매상점에서 일해야 할만큼 가난했다. 이후 독립해 자기 가게를 운영하던 마르틴스에게 사업 상 어려움보다 더 힘들었던 건 중간 도매상들의 천대와 괄시였다. 이런 설움은 1953년, 당시 19살에 불과했던 그가 창고·운송업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 자신처럼 마음 고생을 하며 어려움을 겪는 소매상들이 없도록, 소매상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도매 사업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오늘날 브라질 제1의 도매 유통 서비스 업체로 자리매김 한 마르틴스 그룹(Martins Group, 포루투갈어로 Grupo Martins)의 시작이다.

(마르틴스 그룹 로고)

(창업자 알라이르 마르틴스)

불과 100㎡밖에 되지 않는 작은 창고 하나로 사업을 시작한 마르틴스는 주거 밀집 지역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소규모 상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도매업을 벌였다. 처음엔 마른 식료품과 주류 위주로 물건을 떼어 팔다 점차 전자제품, 집수리 용품, 애완용품 등 취급 품목을 확대시키며 사업을 키워갔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해외 유통회사들이 브라질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경영진 일각에서 유통 수익성이 낮은 소상공인들과의 거래를 끊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마르틴스 회장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천대와 괄시를 똑같이 되돌려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953년 마르틴스 창업 당시 식료품 창고 전경)

우선 마르틴스는 1988년 소상공인들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마르틴스 유통대학(Universidade Martins do Varejo)을 만들었다. 이름은 대학이지만 전문 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매출 관리나 상점 운영 노하우, 마케팅 전략, 대출 리스크 관리 등 실제 가게를 운영하면서 점주들이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헤쳐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수익성이 낮은 소매 상점들을 일방적으로 탓하며 내치기 보다는, 부족한 역량을 보충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제공해 줌으로써 상생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소매산업을 위한 솔루션'을 표방하는 마르틴스 유통대학)

이어 마르틴스는 1990년 금융 계열사인 트리방코(Tribanco)를 설립한다.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무형의 도움을 제공해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대출이라는 형태로 물질적으로 ‘직접’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당시 브라질 소매상, 특히 영세 규모 사업자들의 문제는 상점이나 해당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 모두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데 있었다. 단적인 예로, 브라질은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중산층으로 금융소외 문제가 경제나 사회통합에 큰 걸림돌이다. 그러다보니 소상공인들이 판매 제품을 선구매 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당연히 점포를 확장한다거나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등 매장 시설 개선을 위한 재투자는 꿈도 꾸기 힘들었다.

(마르틴스는 소상공인들을 외면하는 대신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하며 상생의 길을 택했다.)

트리방코는 이렇게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세한 소매상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트리방코 대출 담당자들로 이루어진 팀이 소매업체를 직접 방문, 소매상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상점 보유 물량을 점검하고 적절한 재고 기준을 산정해 가며 신용 위험도를 분석해 상황에 맞게 대출을 지원해 줬다. 폐업 걱정을 하며 상점 운영을 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비빌 언덕이 돼 준 것이다.


트리방코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상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마르틴스가 거래하는 소매상들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70%는 평균 월 수입 1500 헤알(약 50만원) 이하 저소득층으로, 현금이 없으면 식료품과 생필품을 살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에 따라 트리방코는 가난한 손님들이 미리 ‘지정된’ 상점(대부분 고객 거주지 인근의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인 트리카드(Tricard)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마르틴스 거래 상점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묘책이었다.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가 계속될수록 소매상의 고정 매출이 늘어나 실적이 좋아질테고, 이는 궁극적으로 마르틴스에 득이 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리카드로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어도 쇼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트리방코는 신용카드 발급 대상자들의 연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마르틴스가 거래하는 소상공인들을 적극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들이 자신들의 상점을 자주 이용하는 단골 손님들을 선별하도록 독려했다. 이들의 경우 카드비가 미납되면 식료품을 사러 집에서 먼 다른 가게를 가야 하니 연체율이 낮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트리카드 사용자들의 평균 연체율은 4%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트리카드는 2014년까지 총 500만 명에게 발급됐는데, 이 중 67만5000명이 8500개 소상공인 상점의 단골손님이었다. 이들은 현금 수입이 일정치 않은 저소득층이므로 트리카드를 통해 외상 구매도 할 수 있었고, 대부분 신용카드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므로 신용실적도 쌓아 제도권 금융 접근성도 높아졌다. (트리방코는 2012년 다른 금융∙비 금융 기관과 협력해 지정 상점 외에 다양한 상점에서도 사용 가능한 하이브리드 트리카드도 선보였다.)  


(트리방코가 발급하는 트리카드0

이렇게 마르틴스 그룹은 △교육을 통한 소상공인 역량 강화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지원 △저소득 빈민층을 위한 신용카드 발급이라는 복합적인 지원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마르틴스, 트리방코), 소상공인, 지역주민 모두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마르틴스는 소상공인들의 고정 고객층을 확대시키는 데 성공,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브라질 최대의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기준으로 트리방코의 고객 당 평균 대출규모는 6만3300 헤알(약 2000만원)이었지만, 트리방코의 전체 고객 중 55%에 달하는 소상공인 평균 대출규모는 5330 헤알(약 170만원)이었다. 소액이지만 금융소외계층인 소상공인에게는 장기 생존과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생명줄이 된 것이다. 고위험과 저수익 구조에서 경제적 논리가 아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업의 소셜 이노베이션 전략이라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경제적 논리보다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마르틴스의 상생 비즈니스 모델이 그 증거다.

(마르틴스는 2014년까지 브라질 농촌 및 저소득층 도시 지역에서 일하는 30만2000명의 소상공인들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참고문헌-국제금융공사(IFC) 포용성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 트리방코

이미지 출처: 마르틴스/트리방코/트리카드 홈페이지, 페이스북, 유투브

필자 강주현 (사)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GCEF)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