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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중년..청년·노인보다 비혼 1인가구 급증

맑은샘77 2018. 9. 28. 22:32

고독한 중년..청년·노인보다 비혼 1인가구 급증

입력 2018.09.28. 18:36 수정 2018.09.28. 22:26

통계청 '1인가구 현황 및 특성'
45~64살 162만..'15년새 3배'
청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
청년비중 24.8→17.6%로 '뚝'

[한겨레]

올해 만 45살인 직장인 강현중(가명)씨는 20년 넘게 비혼 1인가구로 살고 있다. 그는 “독신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40대 중반까지 혼자 지내고 있다. 지금은 혼자 사는 게 익숙해져서, 앞으로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원룸에서 시작한 그는 현재는 거실이 별도로 있는 방 3개짜리 빌라에서 산다. ‘나홀로 가구’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거공간을 넓혀간 것이다. 그는 “책이 많은 편이라 가장 큰 방은 서재로 쓰고, 작은 방은 침실로 쓰고 있다. 어차피 혼자 살기 때문에 필요에 맞게 생활공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청년, 혹은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노인의 모습으로만 대표되던 1인가구가 점차 강씨처럼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년층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2000년 222만가구에서 지난해 562만가구로 두배 넘게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년 새 15.5%에서 28.6%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그 양상도 연령과 혼인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28일 통계청은 2000년 이후 국내 1인가구의 변화상을 담은 ‘1인가구의 현황 및 특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45~64살 중년 1인가구 증가세다. 이 연령대의 1인가구 수는 2000년 53만9천가구에서 2015년에는 161만8천가구로 늘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전체 1인가구 가운데 45~64살이 차지하는 비중도 24.2%에서 31%로 높아졌다. 특히 남성 1인가구 가운데 45~64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1%에서 지난해 36.1%까지 커졌다. 이에 견줘 과거 1인가구의 대표 격이었던 25~34살 청년 1인가구 비중은 2000년 24.8%에서 2015년 17.6%로 낮아졌다.

양동희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결혼을 굳이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 중년 이상의 연령대로 접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녀를 아울러서 결혼을 한번도 한 적이 없는 45살 이상 비혼 가구는 2000년 5만3천가구에서 2015년 44만6천가구까지 늘어난 상태다. 전체 비혼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도 같은 기간 5.5%에서 19.5%로 커졌다. 대신 비혼 가구 가운데 25~34살의 비중은 51.9%에서 38%로 낮아졌다.

1인가구의 최근 변화 모습은 혼인 상태(비혼, 배우자 있음, 사별, 이혼)에서도 나타난다. 중년층의 경우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 1인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인 반면, 고령층에선 이혼으로 인한 1인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2010년까지는 45~54살 1인가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이혼한 경우(36.1%)였다. 하지만 5년 뒤인 2015년에는 비혼 1인가구 비중이 36.3%로 이혼 가구(34.1%)를 눌렀다. 65~74살의 노인 1인가구 가운데는 2000년 3%에 그쳤던 이혼 가구 비중이 2015년 16.2%로 높아졌다. 2000년만 해도 90.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 연령대 사별 가구는 2015년 들어선 70.2%로 줄었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는 사별은 줄었지만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노인 부부의 상황을 반영한 변화로 풀이된다.

1인가구의 주된 주거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2000년에는 자기 집(32.1%)이나 전세(30%)가 많았는데, 2015년에는 전세 비중이 16%로 낮아진 대신 보증금 있는 월세(36%)로 사는 이들의 비중이 커졌다.

4개 이상 방(거실 포함)이 있는 집에 사는 1인가구는 2000년 12.2%에서 2015년 31.1%로 늘었다. 주거공간을 넓혀서 살 만큼 경제력을 갖춘 이들이 포함된 45살 이상 1인가구가 전체 1인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방 1개짜리 집에 사는 1인가구는 33.1%에서 27.2%로 줄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연령대별로 달리 나타난다. 45~54살의 경우 3개 이상 방이 있는 집에 사는 경우가 과거보다 많아진 반면 25~34살 청년층 1인가구는 외려 방 1개를 쓰는 비중이 높아졌다. 과거보다 최근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청년층의 주거부담이 훨씬 더 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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