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손자 몸값 거부한 세계 최고 갑부의 비극적 최후
이형숙 입력 2018.02.18 14:36 공감 35
[오마이뉴스 글:이형숙, 편집:오수미]
ⓒ 판씨네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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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들이 요구한 몸값은 1700만 달러(한화 약 183억 원)였다. 누군가에게는 엄청 큰돈이지만, 부자로 기네스북까지 오른 진 폴 게티에게는 그야말로 껌값이었다. 그보다 더 큰 돈을 미술품을 사는 데 소비하는 진 폴 게티의 모습을 보며 왜 그가 아끼는 손자의 몸값을 지불하는 일을 꺼리는지 의문이 든다. 납치 실화를 다루기 때문에 스릴러 장르의 형태를 취할 것 같았지만, 영화는 이내 진 폴 게티의 내면에 집중해 그 이유를 설명한다.
15달러의 장식품을 오랜 협상 끝에 11달러에 사고, 그것을 다시 고가의 미술품으로 둔갑시켜 손자에게 전달하는 진 폴 게티. 그는 자신이 가진 부를 뽐내지 않는다. 되려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설명하고 실행한다. 때때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한다.
오랫동안 절충된 손자의 몸값을 끝끝내 전달하면서도 세금과 양육권을 협상의 카드로 제시한다. 거래와 협상이 일상화된 진 폴 게티의 일상에서 존재하는 것은 거래밖에 없다. 그가 하는 모든 대화와 행동은 거래를 위한 협상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지극히 바람직한 행동이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빈자'의 궁색함이 느껴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영화 <올 더 머니>에서 진 폴 게티를 기다리는 게일 해리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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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도 가지지 못한 자도 모두가 불행한 세상. 마치 영원을 소유할 것처럼 돈은 우리들을 유혹하지만 그것은 한낱 숫자놀이라는 것. 세상의 모든 돈을 가진 진 폴 게티 1세의 허망한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 유혹의 허상을 깨우친다. 영화 속 납치 사건은 이탈리아 마피아에 납치된 진 폴 게티 3세(찰리 플러머)만이 아니다. 돈과 자본에 붙잡혀 끝끝내 벗어나지 못한 진 폴 게티의 모습 역시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또 하나의 납치다.
자본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영화는 공권력과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진 폴 게티가 고용한 전 CIA 요원보다 덜한 정보력으로 헛발질을 하는 공권력, 진정성 있는 보도 없이 흥미성 가십과 속보 경쟁만 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제대로 된 가치 정립 없이 무질서한 행위자들로 구성된 시스템을 바라본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 폴 게티 3세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 폴 게티 3세의 엄마와 그를 납치한 친콴타(로망 뒤리스)다.
▲ 영화 <올 더 머니>에서 게일 해리스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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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폴 게티 3세를 납치한 친콴타의 모습 또한 의외다. 자신이 납치한 진 폴 게티 3세를 옆에서 돌봐주며 그와 인간적인 정서를 교류한다. 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납치를 벌였지만, 그는 최대한의 비극을 막기 위해 협상하고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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