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동등한 생명체로 존중받아야 해
타인과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 질의 :요즘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처럼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개인주의 사회에서도 ‘가족치료상담’이 필요할까요?
- 응답 :“그런 프로그램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는 주변에서 요즘 사회의 단면적인 가족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기대가 높은 어머니의 통제로 인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순종적인 자녀가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 전형적인 모습도 볼 수 있죠. 본인이 결혼을 원하고 있음에도 결혼 시기가 늦어지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의 가치관과 양육방식, 기대가 어머니 중심적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지나친 통제는 자녀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기대를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를 형성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또, 자녀가 완벽을 추구하게 하죠. 문제는 그 기준을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에도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에도 꼭 들고, 본인 마음에도 꼭 드는 완벽한 배우자를 찾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서 결혼 시기가 계속 늦어지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의 사소한 생활 습관이나 태도까지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사회가 개인화되어도 개개인을 가족과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겠죠.”
- 질의 :'가족치료'란 정확히 뭔가요?
- 응답 :“가족치료는 가족을 가족구성원 하나하나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집합체로 보는 치료방법론입니다.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집합체의 상호작용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사티어는 가족치료 방법론을 처음 제시한 선구자입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부부를 상담할 때에도 꼭 두 사람을 함께 만나야 합니다. 자녀가 문제가 있을 때에는 가족 전체를 보아야 하고요.”
- 질의 :이론적인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데,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시지요.
- 응답 :
- 질의 :개인이 아니라 가족 관계 전체를 봐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 응답 :
- 질의 :다양한 가족치료 모델 중 사티어 모델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응답 :“제가 기독교 상담학을 전공했는데, 지도교수님은 가족치료 전공이었습니다. 덕분에 가족치료 훈련도 많이 받았죠. 사티어 모델은 인간을 인지, 정서, 행동뿐만 아니라 영성, 신체, 경험, 열망, 잠재의식 등을 포함한 총체적 존재로 봅니다. 사티어 경험주의적 가족치료 모델만이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저는 10여년 간 사티어 모델을 훈련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제자들을 훈련하고, 책을 쓰고, 상담도 하고 있습니다.”
- 질의 :사티어 모델과 다른 가족치료 모델의 차이점은 뭔가요?
- 응답 :“사티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했어요. 더 나아가 모든 존재에 내재되어있는 생명 에너지에 대한 경외심, 즉 인간의 영성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생명의 현현체(顯現體)이기 때문이죠. 타인과 나를 동등한 생명체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생명체의 고귀함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고, 나를 사랑하지 못한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해요. 사티어 모델은 경험적으로 이 작업을 시도합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죠. 어릴 때 겪은 경험일수록 내 안의 모든 세포에 저장되기 때문에 내 존재 전체가 용서를 할 수 있는 경험과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티어 모델은 이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좋은 치료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응답 :“치료사는 먼저 기술적으로 충분히 훈련돼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다루는데 이론이나 기술이 부족해서는 안되겠죠. 그 다음으로는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모두 유한한 조건에서 태어나고 죽어요. 그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조건이죠.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불안을 수용하면서도 생명력이 잘 드러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치료사를 단순히 치료하는 사람이라기 보다 삶의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배양숙의 Q] '나 혼자 산다', '미우새'가 늘어나는 시대에 사티어 가족치료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