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은 이찬혁, 이수현 남매로 구성된 그룹이다. 지난 2012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2>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YG엔터테인먼트의 식구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의 힘이 놀랍다. '음원차트 올킬'이란 말은 이런 경우에 써야 적합하겠다. 앨범에 수록된 6곡 전곡을 음원차트 1위부터 6위까지 나열시켰으니 말이다.
오늘(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엠넷차트, 지니차트, 소리바다, 올레뮤직의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가 한 가수의 곡들로 점령됐다. 같은 날 0시 공개된 악동뮤지션의 새 앨범 <사춘기 상(思春記 上)>의 신곡들이었다.
이런 현상이 신기하고 놀라운 이유는 변화한 음원 시장에서 목격하기 힘든 풍경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가수들이 디지털 싱글이란 이름으로 노래를 한 곡씩 발표한다. 주제곡 이외의 수록곡들이 묻히는 것이 아깝기 때문에 한 곡씩 공개해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이것이 '변화한 음원 시장'의 풍경이다.
이렇게 해서 하나만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아도 주목할 만한 성과인데, 앨범의 전곡을 1위부터 시작해 줄 세운다는 건 여간한 '음원 파워'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사람들이 앨범 전곡을 주제곡 듣듯 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디지털 싱글 전략 따위는 필요 없다. 이걸 악동뮤지션은 해냈다.
물론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고 다 좋은 음악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강하게 잡아끌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들의 음악을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악동뮤지션의 두 멤버 이찬혁, 이수현 남매는 분명 비주얼로 승부하는 가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 자체'가 강한 힘을 지녔단 결론에 이른다. 더 놀라운 건, 앨범의 전곡을 96년생인 이찬혁이 모두 작사 작곡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왜 이찬혁의 음악에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가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YG 소속 가수여서? 그런 이유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결국 '새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2012년 SBS 오디션프로그램 <케이팝스타2>에서 이찬혁이 그의 자작곡 '다리꼬지마'와 '매력있어'를 동생과 함께 불렀을 때의 그 충격을. 그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새로운 음악이 주는 매력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모습들. 지금은 그들의 사장님이 된 심사위원 양현석은 물론 많은 시청자들이 몽골에서 온 이 남매의 음악에서 이전에 보지 못한 전혀 다른 새로움을 느끼고 열광했다.
YG는 원석이 가진 빛을 존중해준 듯하다. 악동뮤지션이 YG에 둥지를 틀고 2014년 4월에 발매한 정규 1집 <플레이(PLAY)>도 11곡 전곡 이찬혁이 작사 작곡한 곡이었다. 아이돌이 자작곡을 발표할 때 종종 꺼내는 카드인 공동 작사, 공동 작곡이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이번 새 앨범 <사춘기 상(思春記 上)>도 이찬혁이 전곡 작사 작곡했다. 더블주제곡인 '리바이(RE-BYE)'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를 비롯해 '새삼스럽게 왜', '초록창가', '사소한 것에서', '주변인' 등 총 6곡을 들어봤다.
역시 개성이 강한 곡들이다. 첫 번째 주제곡 '리바이'는 재즈 팝 스타일의 곡으로, 자유분방한 리듬이 특징이다. 특히 랩부분의 가사가 이찬혁의 독특한 시각을 잘 담고 있다.
"보기 드물어진 정 / 찾기 힘들어 진정한 파트너 / 놔둬 봐 진정이 안 돼 이미 상한 빈정 /많이 나누는 사람이 바보라 불리는 시대를 보시게 / 두 손에 남은 것 손해만 흥건히 남길 바에 / 인사는 간단하게 간당간당하게 / 맘의 문은 깐깐하게 방이 좀 깜깜하네 / 속을 들키면 Game over 할 수 없이 널 속여 / 여기까지가 납니다 수상해 냄새가 납니다"
또 다른 주제곡인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는 더 독특하고 새롭다. 콕 집어 말하자면, 시선이 참 독특하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는 발상 자체가 흔한 게 아니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악동뮤지션의 아직 순수한 시각이 잘 묻어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 팔다리가 앞뒤로 막 움 움 움 움직이는 게 / 숨 크게 들이쉬면 갈비뼈 모양이 드러나는 것도 / 내쉬면 앞사람이 인상 팍 쓰며 코를 쥐어 막는 것도 / 놀라와 놀라와 놀라와 / 그 수많은 생물 중에 인간이라서 참 다행이야 / 장난감으로 태어났다면 / 혼자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해 / 그러고 보니 내 심장은 어떻게 bounce bounce 해"
이수현의 보컬도 악동뮤지션의 독특함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목소리와 가창 스타일이 개성 넘치는 오빠의 곡들에 딱 어울린다. 비슷비슷한 사랑 이야기들로 넘치는 가요계에서 악동뮤지션은 분명 희귀한 가수가 틀림없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앨범에 실리는 전곡을 본인이 작사 작곡한다. 독특한 선율과, 그보다 더 독특한 가사가 장점이다.ⓒ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