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청년

"도울 일 없나요?" 먼저 묻던 인턴, 꼭 뽑고 싶더라

맑은샘77 2016. 1. 23. 08:39

"도울 일 없나요?" 먼저 묻던 인턴, 꼭 뽑고 싶더라

많은 회사가 대학생 인턴을 채용하는 '인턴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턴은 채용에 도움이 될 경험을 쌓고 좋은 인상을 남길 기회이지만, 한편으론 부정적인 평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업무이기도 하다.
회사가 특채로라도 채용하고 싶은 인턴과 더는 함께하기 싫은 인턴은 어떤 면에서 다를까.

입력 : 2016.01.22 08:45 | 수정 : 2016.01.22 09:01

금융회사 직원들이 말하는 '좋은 인턴, 싫은 인턴'

이런 인턴 "쭉 같이 일하고 싶어요"

"혹시 제가 도울 일 있을까요?"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 A과장은 지난해 함께 일한 대학생 인턴이 퇴근할 때마다 남긴 이 말이 그렇게 고맙더라고 했다. 인턴들은 보통 다른 사원보다 먼저 퇴근하면서 "가보겠습니다"라고 건조하게 인사했지만, 이 인턴만은 달랐다. A과장은 "회사가 인턴 직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대단한 아이디어보다는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다. 사소한 말 한마디지만 적극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더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또 인턴에게 주어지기 마련인 소소한 과제들을 성심성의껏 처리할 때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매일 활동했던 내용을 일지 형식으로 제출하도록 했어요. 대부분 형식적으로 일과를 써서 내는데 한 인턴은 일하며 생긴 궁금증, 발생했던 문제들, 이를 해결했던 과정을 상세하게 적더라고요."

이런 인턴 "함께 일하기 싫어요"

"유난히 예의 바른 여성 인턴이 있었어요. 그런데 화장실에서 동기 인턴에게 농담처럼 담당자 험담을 하더라는 거예요. 회사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잖아요. 그 얘기가 회사 전체에 돌았고 그 인턴은 '가식적인 사람'으로 각인돼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죠."

응답자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인턴들의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앞에서는 상냥했던 인턴이 화장실에서 험악한 단어를 쓰거나, "이 회사에서 꼭 일하고 싶다"고 해놓고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는 회사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지나치게 튀는 패션이나 직장인답지 못한 언행도 마이너스 요소로 꼽혔다. 한 카드사의 D차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바지는 짧게 입고 발목도 드러내고 다니는 것을 알지만 볼 때마다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D차장은 "회사에서 인턴들끼리 서로 '○○ 오빠' '○○야'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면 '여기를 동아리방으로 여기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하더라도 근무 시간이라면 '○○씨'라고 예의를 갖춰 부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이 독(毒)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턴이 출근해서 채용 사이트를 검색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어요. 너무 대놓고 다른 회사를 연구하고 있으니까 예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기사 더보기

인턴 근무 후 정규직으로 바꿔주는 '연계형' 는다

/조선DB.

인턴 모집은 정규직 채용 연계 여부에 따라 '채용 연계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채용 연계형은 기업이 인턴이 끝난 뒤 근무 성적을 평가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뜻한다. 체험형은 취업 준비생에게 직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뿐 정규직 채용으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인턴 모집 공고에 '인턴 종료 후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 가능' 문구가 있으면 채용 연계형이고, 이런 문구가 없다면 체험형으로 보면 된다.

삼성·SK·롯데그룹(롯데 연봉정보) 등 주요 그룹은 최근 '채용 연계형 인턴'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신입사원 공채 때는 지원자를 직접 대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보통 하루에 끝나는 면접뿐이지만, 인턴은 근무 기간 동안 직무 능력과 인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삼성 계열사의 고위 임원은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원자의 모든 자질을 100% 확인할 수 없다"며 "10주 정도 인턴 근무를 시켜 보면 관찰 기간이 길어 자질 검증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도 자신이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고 자신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가다듬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원석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된 신입사원은 실제 업무 투입 이후에도 업무 수행 능력과 조직 융화도가 높아 현장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전형 방법은 일반 공채와는 조금 다르다. 예컨대 현재 계열사별로 하반기 채용형 인턴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인 롯데그룹은 인턴은 역량 면접만으로 채용한 다음 인턴 기간이 끝나는 8주 차에 발표와 임원 면접을 실시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일반 공채 사원에 대해 역량·발표·토론·임원 면접을 하루 만에 끝내는 것과 다른 것이다. ▷기사 더보기

취준생 웃고 울리는… 차가운 탈락 통보 VS 따뜻한 탈락 통보

/조선DB.

따뜻한 통보

지난 10월 말 중견그룹인 이수그룹의 채용담당자가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하면서 탈락자들에게 전한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는 취업준비생(취준생) 사이에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여의도에 있는 대기업 본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취준생 정모(26)씨는 이 편지에 대해 “취업에 수십 차례 낙방하며 자존감을 잃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따뜻한 편지에 힘이 난다”고 했다. 또 다른 취준생 이모(26)씨도 이 편지에 대해 반색했다. 이씨는 “취업에 낙방한 취준생 입장에서는 어떤 위로도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통보를 아예 안 하거나, 천편일률적인 멘트를 써놓은 것보다는 진심이 담긴 긴 글이 취준생에겐 힘이 됐다”고 했다.

차가운 통보


반면 연이은 탈락에 지친 취준생들을 더욱 주저앉게 만드는 기업도 있다. 탈락자에게는 합격인지 불합격인지조차 알리지 않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외국계 스포츠용품 회사의 여름 인턴전형에 지원한 강모(24·여)씨는 채용공고에 기재된 메일주소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영문 이력서를 요구해 이력서를 처음부터 새로 써야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제출을 요구해 친구까지 동원해 서 자소서를 썼다. 하지만 예정된 발표 시점이 지나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회사에 전화해 물어볼 수도 없었다. 채용공고에 떠 있는 연락처라곤 서류를 제출한 이메일 주소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강씨는 “포트폴리오에 사진도 여러 장 붙이고 공들여 지원했는데 전형 결과조차 알려주지 않아 정말 불쾌했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