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28 17:17수정 : 2014.08.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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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해 온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동부병원 입원실에서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박종식 기자 |
크레인서 309일 버틴 김 위원 “많은 사람 연대가 필요”
김소연 전 기륭분회장 “그 전 몸 돌아가기 어려울 것”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단식 46일 만에 처음 미음을 뜬 28일, 그의 단식을 껄끄러워하던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이제 다 끝났다”며 안도하고 홀가분해 했다. 그러나 저마다 절박함을 안고 오랜 단식으로 싸워본 경험이 있는 ‘선배’들은 “유민 아빠의 몸과 마음은 지금부터 더 고통스럽고 참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유민 아빠에게는 무엇보다 남은 사람들의 응원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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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정용일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단식을 중단한 김씨에게 해줄 말이 없냐’는 질문에 “(광화문 농성장과 병원에) 가보지도 못한 제가 무슨 말을 하겠냐. 제가 나서서 할 얘기가 없다. 저는 숨죽여 보고만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식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건강을 회복하시는 게 우선”이라며 김씨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했다.
김씨를 향한 김 위원의 걱정 가득한 시선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은 2010년 1월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겠다는 한진중공업의 통보에 맞서 단식을 하다 24일 만에 병원에 실려갔다. 그러고도 바뀌는 것이 없자 그는 꼭 1년 뒤 35m 크레인에 올라 맨몸으로 309일을 견뎠다.
후유증은 혹독했다. 김 위원은 “(단식으로) 위장이 많이 상해서 5년이 지났는데 3주 전부터 밥을 조금씩 먹고 했다”고 했다. 또한 김 위원은 “잇몸이 내려앉아 지금도 치아 치료를 받고 있고 기력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자신의 후유증은 담담히 말하면서도 딸을 잃은 절망감 속에서 46일간의 단식을 견딘 김씨에 대해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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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분회장 |
김소연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분회장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김 전 분회장도 2008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94일간 극단적인 단식을 하고 쓰러졌다. 그 역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전 분회장은 “기력이 떨어져서 지금도 밤 10시가 넘으면 회의 참석이 불가능하다”며 “단식 기간 동안 뇌 영양공급이 안 돼 지금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주위에 한 분은 25일간 단식을 하고 치아 전체를 틀니로 하신 분도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분회장은 “단식할 때도 힘들지만 복식할 때 몸 회복하는 기간이 고단한 시간이다. 2배 이상의 복식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50일 가까이 단식한 유민 아빠는 100일 이후에도 정상적인 식사가 어렵고, 몸은 아마 그 전 몸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분회장은 김씨의 몸보다 마음에 뒤따를 고통을 더 걱정했다. 그는 “제 경험을 보면 단식을 하고도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단식 후에) 정신적으로 더 괴롭고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유민 아빠는 그보다 더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식을 잃은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단식까지 했는데 바뀐 게 없는 것에 대해서 마음 한 켠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벌써 새누리당이 ‘다 끝났다’고 말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고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남은 사람들에게 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진숙 위원은 “김씨에 동조 단식하고 연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유가족에 상처를 주는 사람도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최소한 험담이나 비방으로 유족의 상처를 헤집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분회장은 “쉬면서 복식을 해야 하는데 해결된 게 없어서 (유민 아빠는) 당연히 계속 싸우실 텐데 (이전과 달리) 체력 소모가 클 것”이라며 “함께했던 분들이 (김씨의) 단식 끝났다고 느슨해지는 게 아니라 단결해서 싸워나가야 한다. 주변 응원이 더 필요한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