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료/설교학

기독공보에 실린 정장복 교수님의 "이것이 설교의 정도이다"

맑은샘77 2014. 8. 6. 17:34
기독공보에 실린 정장복 교수님의 "이것이 설교의 정도이다" 글입니다
시론-이것이 설교의 정도(正道)이다.



최근에 한국교회의 설교자들은 설교의 바른 길이 어떤 것인지를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방의 어느 은퇴 신부가 시국 미사에서 국가기관의 불법적 대선개입을 규탄하다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현했는데 이 신부의 말이 '국론분렬'이라면서 정부와 여당이 강론의 본말은 외면하고 곁가지로 언급된 한마디의 의견에 과민하게 반응을 했기 때문이다. 그 언급은 대부분이 긍정할 수 없는 하찮은 것이었는데 대통령을 비롯하여 총리와 여당대표가 나서서 심각한 비판을 쏟아낼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보수언론과 공중파 방송들이 모두 으뜸기사로 다루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국가 보안법으로 검찰의 수사가 착수된다 하며 평소 사회의 문제에 대해 소신을 밝히던 설교자들에게 "종북"이니 "좌파", 혹은 "북한의 지령 가능성" 까지 언급하는 현실을 보면서 설교자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교회의 설교자들은 정부 여당을 거슬리는 내용은 짐짓 못 본 체 하며 인위적으로 삭제하고, 이들이 어떤 불의를 행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메시지만을 만들어 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는 목사나 신부가 행한 설교의 사역은 정부와 여당이 조정하고 통제 할 수 있는 계열의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종으로 명을 받고 훈련을 감내하며 헌신하는 매우 특수한 세계에 속해 있다. 그들은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을 전하는 데 목숨을 걸고 사는 특유한 신분을 갖는 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구약의 예레미야처럼 조국을 위하여 눈물로 호소하고 바른 예언을 하며 투옥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다윗 왕의 불의를 지적하여 회개 하도록 했던 나단 선지자의 용기가 언제나 스며있다. 물론 그 가운데는 아마샤와 같이 왕의 미소를 위하여 아첨과 거짓을 자행했던 거짓 선지자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성직자의 모델은 결코 될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의 종으로 바른 유전자를 이어받은 설교자들이 생각해야 할 설교의 정의는 "하나님 말씀의 선포ㆍ해석ㆍ적용"이다. 물론 이러한 일은 성령님의 감화 안에서 이룩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운반하는 설교는 편중되지 않게 영적인 비타민 A, B, C, D를 모두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설교학에서는 설교의 목적을 크게 넷으로 분류한다. 먼저는, 예수그리스도의 오심과 생애와 교훈과 죽음과 부활과 재림을 선포하는 설교이다. 둘째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말씀대로 바르게 살도록 가르치는 교훈적인 설교이다. 셋째는, 용서와 사랑과 은혜와 복만을 들려주는 치유 설교이다. 넷째는, 하나님의 백성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의와 부정을 말씀으로 지적하고 알려주면서 바른 세상을 추구하는 예언적 설교이다.

 

참된 설교자는 이상의 4가지 목적을 담은 설교를 분류하여 때와 장소에 따라 성도들에게 먹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눈앞의 회중이 즐거워하기만 하고 위정자가 미소를 지을만한 메시지만을 골라 먹여주는 설교자는 자신의 직무를 망각한 참으로 불행한 인간이다. 동시에 설교를 듣는 성도들도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과 자신의 일터에 쓴소리 일지라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믿음과 관용의 능력이 있어야 하나님의 자녀로 오늘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의 한국교회 설교단을 돌아볼 때 일제 강점기에는 출애굽기를 읽고 말하는 것마저 감시의 대상이 되었고, 1975년에 발효된 긴급조치 9호의 서슬 아래서는 어느 목사가 미가서 2장의 두 구절을 읽었다고 해서 징역 1년의 선고를 받은 슬프고 부끄러운 역사가 엄존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해석하며 적용하는 사역에 칼을 휘둘렀던 주역들은 슬픈 종말을 맞이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자신의 판단과 지식과 분석을 하나님의 말씀보다 우선적으로 쏟아내는 우를 범하는 설교자도 어두운 미래를 맞게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장복 목사 / 한일장신대 명예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