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주기/노인문제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초기 치매 극복한 박금숙씨 "깜박깜박 정신줄 놓다 성격까지 변해 빨리 걷기·두뇌 훈련으로 새 삶 찾아"

맑은샘77 2012. 11. 2. 15:55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초기 치매 극복한 박금숙씨 "깜박깜박 정신줄 놓다 성격까지 변해 빨리 걷기·두뇌 훈련으로 새 삶 찾아"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 2011.01.17 03:00 | 수정 : 2011.01.17 11:55

    69세 박금숙(서울 은평구 신사동)씨의 목소리는 낭랑한 고음이고 활기차다. 듣는 이가 기분이 좋아질 정도다. 달력에는 주부대학과 인터넷 강좌, 동창 모임 등 일주일 일정이 빼곡하다. 1년 전만 해도 초기 치매 환자였다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치매 그림자가 박씨에게 스며든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어느 날 심한 우울감과 급속한 기억 장애가 찾아왔다. 집에서 혼자 지내던 생활은 '사고'의 연속이었다. 가스불 위에 국을 올려놓고 외출해 화재가 날 뻔했던 것이 몇달 사이 서너 번 있었고, 지하철 환승역을 계속 놓쳐서 두 시간을 왔다갔다 헤매는 등 깜박 정신줄 놓기가 다반사였다. 집에 온다던 자식들이 방문을 미루면 울화가 며칠씩 갔다. 만사가 귀찮아졌고, 매사가 부정적으로 변했다.

    치매 증상을 두뇌 학습으로 극복하고 있는 박금숙씨가 아이패드로 치매 예방용 게임을 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박씨가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은 작년 8월. 진단결과 경도(輕度)의 인지 장애라는 판정이 나왔다. 초기 치매를 말한다. 그는 병원이 제공하는 뇌기능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치열한 '머리 싸움'이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매일 일기 쓰기 ▲하루 5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외우기 ▲병원이 대여한 '아이패드'로 하루 20분 치매 예방용 컴퓨터 게임 하기(낱말 맞히기, 숨은 그림 찾기 등 치매 예방용으로 제작된 게임) ▲각 나라의 국기가 그려진 100여장의 카드로 국가 이름 외우기 ▲일주일에 네 번 이상 빠르게 30분 걷기 ▲햇볕 쪼이며 산책하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고등어 등 등푸른생선 챙겨 먹기('오메가3' 성분이 뇌혈관 보호효과)며 일주일에 한 번 카레 먹기('쿠쿠민' 성분이 치매 예방효과)도 있었다.

    박씨는 이를 다 지키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렇게 하길 3개월, 놀라운 변화가 일었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 24점이던 기억력 테스트 점수가 38점으로 급상승했다. 그는 20여명의 프로그램 참가자 중 성적 향상 1등을 차지해 부상으로 '아이패드'까지 받았다. 박씨는 "노년의 삶이 밝고 즐거운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치매학회 한설희(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사장은 "폭우가 쏟아져도 댐이 크면 홍수가 나지 않는 원리"라며 "빠르게 걷기와 끊임없는 '뇌 훈련'이 치매 증세를 누르고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노력하면 치매 발생을 상당기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