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폭력

딸 살인범 최후, 엄마는 눈을 떼지 않았다

맑은샘77 2012. 11. 2. 15:27

딸 살인범 최후, 엄마는 눈을 떼지 않았다

  • 뉴욕=장상진 특파원
  • 입력 : 2012.11.02 03:08 | 수정 : 2012.11.02 14:20

    [美사우스다코타서 22년前 9세여아 성폭행범 사형집행]
    피해자 엄마, 가까이서 보겠다며 딸사진 품고 창문에 꼭 붙어서… 22분 지켜본 후 "이제야 위안"
    사형수, 죽기 전 창문쪽 보곤 "저 사람, 내 팬클럽인가요?"

    도널드 묄러(사진 왼쪽), 티나 컬.
    지난달 30일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 교도소의 사형 집행장. 형장(刑場)과 참관인석 사이를 막고 있던 블라인드가 열리자 창 너머로 하얀 시트가 덮인 침대가 보였고 그 위에 백발의 남자가 누워 있었다. 갈색 가죽끈 7줄이 남자의 몸을 감아 침대에 고정시켰다. 남자는 22년 전 아홉 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예리한 흉기로 목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도널드 묄러(60)였다.

    그날 묄러에게 살해당한 9세 여아의 어머니 티나 컬(50)은 가로·세로 약 1m의 창문에 바싹 붙어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습니까?"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스피커를 통해 사형실 밖으로 흘러나왔다. 묄러는 창문 쪽을 흘끔 보고는 "저 사람들은 내 팬클럽인가요?"라고 물었다. 범인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사형용 약물이 주삿바늘을 타고 묄러의 몸으로 흘러들어 갔다. 묄러는 숨을 여덟 번 가쁘게 몰아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피부는 옅은 핑크색에서 잿빛으로, 그리고 다시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눈꺼풀은 열려 있었다. 컬은 이 모든 장면을 꼿꼿이 선 상태로 고스란히 지켜봤다. 형이 집행되는 동안 그녀는 뒤쪽에 놓인 참관인용 의자에 앉지 않았다.

    22분 뒤 검시관은 묄러가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밤 10시 24분이었다. 참관을 마치고 교도소 밖으로 나온 컬은 "그의 죽음을 최대한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창문에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숨진 딸 베키의 어릴 적 사진과 살아 있었다면 서른두 살이 됐을 현재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초상화를 함께 담은 액자가 들려 있었다.

    베키는 1990년 5월 8일 저녁 편의점에 사탕을 사러 나갔다가 묄러에게 납치돼 목숨을 잃었다. 묄러는 얼마 후 붙잡혔지만, 이후 22년간 여러 차례의 재판과 논란을 거친 뒤 지난 9월에야 사형 집행일이 확정됐다.

    딸을 잃은 뒤 컬은 뉴욕으로 이사했다. 묄러의 사형이 결정된 뒤 사우스다코타까지 가고 싶었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어려운 처지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소식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모금에 나서 여비를 마련해 줬다. 그 돈으로 차를 타고 2500㎞를 달려 이날 형집행을 참관했다. 그는 사형장에서 묄러의 입을 통해 그날 왜 그랬는지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사형에 앞서 수감된 묄러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사형을 집행한 사우스다코타 주의 데니스 도가드 주지사는 "이번 사형이 베키의 가족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길 바란다"며 "묄러의 죽음이 기쁜 일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사형이 정당화될 만큼 악독한 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컬은 "묄러의 죽음이 마음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통이 끝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베키가 죽고 범인의 사형이 집행된 사우스다코타에는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가 사형제도를 법으로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