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건강

건강 -“술 때문에 명절이 두려워요”…알코올 중독 가족은 ‘덜덜’

맑은샘77 2012. 9. 26. 23:14

 

[쿠키 건강]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술문제가 있는 가정은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오랜만에 친지가 모이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진 않을까 연휴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가족 역시 두려운 마음은 마찬가지. 환자를 병원에 두고 명절을 보내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고, 퇴원을 시켜 함께 보내자니 술 때문에 또 한 번 얼굴을 붉힐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여 가족들은 명절 때만 되면 양가감정(兩價感情)에 휩싸여 큰 심적 갈등을 토로한다.

단주의지를 불태우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명절 연휴가 불안한 건 마찬가지이다. 매번 음주 후 폭언, 폭행 등 사고를 일으켜 명절에 분란을 만들었던 장본인으로서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 하더라도, 명절에는 차례 후 음복부터 시작해 자연스레 술자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술에 대한 유혹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주(斷酒)를 하며 알코올 의존증을 이겨내고자 노력해온 환자들 가운데에는 명절에 집으로 돌아갔다가 연휴 기간을 이겨내지 못해 다시 알코올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

◇알코올 전문병원, 실제로 명절 직후 환자 급증

다사랑중앙병원 관계자는 "보통 명절 직전 퇴원환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명절 직후에는 입원 환자가 급증한다"고 말한다. 명절은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명절에 맞춰 환자를 퇴원시키는 가족이 많지만, 명절 술자리에서 또 다시 술 문제를 일으켜 다시 병원으로 재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알코올 전문병원에 입원하여 적극적으로 회복프로그램에 임하는 환자의 경우도, 개인차가 있지만 단주의지가 생기기까지 평균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허 원장의 말에 따르면 술을 끊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환자가 다시 술을 마실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의심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알코올 의존증 회복의 첫 단계는 환자 자신이 술 앞에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 자신이 언제든 다시 술을 마시면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경계하는 상태가 돼야 본격적인 단주를 시작할 수 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삶의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가족 역시 환자가 단주를 지속할 수 있도록, 미안한 마음보다는 냉정한 사랑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지지해주어야 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추석 술자리 대처법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추석 술자리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환자만 알아둘 것이 아니라 가족 및 친척, 지인들도 숙지하여 두고 명절을 탈 없이 보내도록 도와주도록 한다. 아래 방법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 뿐 아니라 금주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애주가 즉 알코올 남용자에게도 유용하다.

▲첫잔을 피하라= 보통 사람들은 흔히 '한 잔만 마시자'고 한다. 인사치레로 첫잔만 마시고 두 번째 잔부터는 자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사람은 '첫잔을 피하자'고 다짐해야 한다. 한 잔이 들어가면 백이면 백 모두 두 번째 잔이 이어지는 게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술을 자제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때문에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아야 한다.

▲술을 거절할 땐 단호하고 짧게 'No!'라고 하라= 권유하는 술을 거절할 때는 단호하고 짧게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대답을 짧게 하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요즘 건강이 안 좋아져서요"라든가 "지금 한약을 먹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구구절절 이유를 대면 상대방이 핑계라고 생각하고 설득을 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차한 변명보다는 의사전달만 확실히 하는 편이 낫다.

▲잔을 비워두지 마라= 술자리에서는 잔이 비어있는 사람을 보면 일단 채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받아만 두라"며 술을 따라 주는 게 보편적이다. 물이나 음료로 늘 잔을 채워두도록 하자.

▲술을 강권하면 자리를 뜨라=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술자리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말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다. 그러나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술자리에 참석하여 술을 입에 댈 경우 인간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술 때문에 인간관계가 깨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술 생각 간절할 땐 단 음식을 먹어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공복감을 느낄 때 술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자주 음식을 섭취하고 외출할 때도 간식거리를 가지고 다니면 갈망감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특히 단 음식은 단시간에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

▲예전 취미를 다시 떠올려보라= 일반적으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면 술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어 다른 취미엔 무관심해진다. 그러므로 단주를 하면서부터는 예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되살려 술 생각이 간절할 때면 취미활동으로 잊어보는 것이 좋다.

▲술 생각나면 1시간만 참아보자= 술에 대한 욕망은 30분~1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게 지속된다. 음주 욕구가 간절할 때 바로 술자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1시간만 참아보는 습관을 들이면 갈망감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