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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가을 남자’를 위한 우울증 처방

맑은샘77 2012. 9. 26. 19:10

건강

‘가을 남자’를 위한 우울증 처방

TIPS |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지는 소리를….”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울적해진다면 가을이 온 게 틀림없다. 가을만 되면 찾아오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주목하라. 조선일보 | 박소란 시니어조선 선임기자 | 입력 2012.09.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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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이려니 생각하지만, 가을을 타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라고 부른다. 전문의들은 대개 특정 계절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이 연달아 2회 이상 계속되면 계절성 우울증으로 본다. 미국정신의학회(APA)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의 10∼20%가 가벼운 계절성 우울증을 겪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라는 계절적 특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상준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인간의 뇌는 빛에 의해 생체 리듬을 조절합니다. 빛은 시신경에 의해 감지되며 이는 뇌의 송과선과 시상하부를 자극해 멜라토닌세로토닌 같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줍니다. 가을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것은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대신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은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데 부족하면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가을만 되면 살찌는 사람?


재미있는 사실은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뚱뚱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입맛을 잃고 수면장애에 시달리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이와 반대다. 식욕이 늘면서 잠도 많아지고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왕성해진 식욕으로 탄수화물 섭취가 늘면서 자연히 살도 찐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에는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햇볕을 쬐는 '광선요법'이 효과가 있다. 손 교수는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므로 더 많은 빛을 쬐기 위해 실내 불빛을 밝히거나 창문 쪽을 향해 앉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밖에 하루 최소 30분씩 햇볕을 쬐며 산책하기, 규칙적인 생활리듬 유지하기, 유산소 운동하기, 신선한 과일과 채소 섭취하기, 비타민 복용하기 등의 방법도 좋다.

이 같은 일련의 방법으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달리 신체리듬을 교정하는 광선치료만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 광선치료는 인위적인 빛을 쪼여 생체 리듬을 바로잡는 것이다. 광선박스(light box)를 눈높이에 두고 30~90cm 떨어져 앉아 편안하게 빛을 쪼이면서 책을 읽는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되며, 치료 기간은 1~2주일가량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 가을에 앓는 계절성 우울증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흔히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다. 손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은 오히려 여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며 "여성이 감성적으로 주변 환경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40∼50대 중년 주부들은 특히 가을을 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가을만 되면 괜스레외로워지는 남자들은? 손 교수는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의 역할을 고려해보면 알 수 있죠. 한 해 동안 일어난 다사다난한 일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현상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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