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폭력

교실서 담뱃불 끄랬더니 “에이 씨×” 대든 일진, 교사와의 그 다음 대화는…

맑은샘77 2012. 1. 17. 01:16

교실서 담뱃불 끄랬더니 “에이 씨×” 대든 일진, 교사와의 그 다음 대화는…

교사 “어디서 욕이야” 일진학생 “표현 자유” “혼나볼래” “돈 많아요?… 때려봐요”
■ 학생부장 8명이 밝히는 학교폭력 실상과 자기반성

동아일보DB

한 중학교 일진 학생이 수업 중 담배에 불을 붙인다. 교사가 담배를 끄라며 제지한다. 학생은 “에이 씨×”라며 책상 위에 담배를 비벼 끈다. 교사는 다시 학생의 욕설을 지적한다. 그러자 일진을 따르는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항의한다. 교사도 “정말 혼나볼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일진 학생은 교사를 노려보며 말한다. “선생님 돈 많아요? 그럼 때려보세요. 얘들아, 잘 찍어라!” 교사는 벌칙으로 수업 종료 종이 울린 뒤에도 계속 수업을 했다. 그러자 일진은 옆 반 일진에게 문자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연락을 받은 그 학생은 복도로 나와 수업 중인 교실 문을 발로 쾅쾅 찼다.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서울 A중 학생부장 김모 교사가 지난해 12월 초 교실에서 겪은 일이다. 교사는 한 명이지만 일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점조직. 수업마다 힘겨운 기 싸움이 이어진다. ‘호랑이’로 통하는 김 교사 앞에선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여교사 수업 땐 일진들의 지시로 학생들이 수업을 통째로 거부하기도 한다. 성희롱도 다반사다. 김 교사는 “일진이 교사 위로 군림하려 하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어 어느 순간 자포자기하게 됐다”고 했다.

[채널A 영상]학교폭력 대책 논의한다더니 ‘술판’ 벌인 공무원들

○ 학생부장들의 뒤늦은 반성

학생부장은 학교폭력을 최일선에서 관리하는 파수꾼이다. 동아일보는 학교폭력으로 악명이 높은 수도권 중학교 8곳의 학생부장 교사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몰랐다’고 잡아뗀 것은 무력감을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였다”며 자성했다. 한 교사는 “사안이 크면 은폐하기 위해, 사안이 작으면 무덤덤해져 문제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일단 문제 제기를 하면 교장의 질책과 학부모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으며 혼자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학교폭력 문제는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학교 뒷산 등에 일진들의 아지트가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막상 가도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아 가보지 않았다”고 말했다.해학생들이 경찰에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은 경기도의 한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문제 학교’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성적 향상에 집중하다 보니
○ 학생부장이 본 실전 대책

교사들은 조폭 수준으로 진화한 일진그룹 등 학교폭력의 원천을 없애는 적극적 조치 없이는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일진 전수조사를 통해 가해학생들의 실체와 규모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A중 김 교사는 “학교와 교육당국이 일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만 쏟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력사건 관련 학생들을 신속하고 폭넓게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달라는 것도 교사들의 요구사항이다. 통상 가해자가 피해자와 다른 학급이거나 타 학교 학생인 경우가 많아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다보면 그 사이 가해학생들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서울 B중 이모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인정했듯 학생인권조례가 가해학생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며 “교사에게 일진들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되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를 적극 제기할 수 있도록 사건 발생 자체에 책임을 묻기보다 사후 처리과정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교사들은 정치권에서 피해신고 전화를 117로 통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C중 정모 교사는 “피해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여러 번 회의를 거친 뒤 어렵게 나를 찾아와 ‘선생님, 저희 나가면 맞아 죽어요’라고 벌벌 떨었다”며 “번호만 준다고 신고하는 게 아니라 학교 내에 신뢰가 두터운 관계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황지현 인턴기자 경희대 행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