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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디가 뜬다>“‘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이들엔 최고의 선물”

맑은샘77 2011. 5. 28. 00:58

<프렌디가 뜬다>“‘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이들엔 최고의 선물”

문화일보 |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 입력 2010.12.07 14:01 | 수정 2010.12.07 14:21

 
저출산 극복, '프렌디'가 나선다. 유럽을 중심으로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새 가정 모델인 '프렌디(Friendy)'는 '친구(Friend)'와 '아빠(Daddy)'를 합친 신조어로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한다. 한국에서도 30~40대 신세대 가장은 물론 중년남성에 이르기까지 프렌디를 자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사와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아이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즐기는 '프렌디'는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끌 뿐만 아니라 여성의 육아 부담 등을 줄여줌으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 나아가 출산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일보는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좋은 아빠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프렌디의 모범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 ‘요리하는 아빠’주희재(왼쪽 세번째)씨가 가족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큰아들 완호군, 딸 서영양, 막내아들 성호군, 부인 김수연씨.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아빠는 최고의 요리사!"

주말인 지난 4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경기 용인 수지의 한 아파트. 고소한 기름 냄새가 새어나오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야채 볶는 소리와 '꺄르륵'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겠거니 예상했지만 주방에 자리를 잡고 선 사람은 이 집의 셰프인 아빠 주희재(49·아주대병원 의사)씨였다. 엄마 김수연(44)씨는 소파에 앉아 능숙하게 야채를 볶아내는 남편을 흐뭇하게 지켜봤고 고3 아들인 완호(18)군과 고1인 딸 서영(16)양은 아빠의 보조를 자청했다. 늦둥이 막내 성호(5)군은 "오늘 메뉴는 뭐예요?"라며 폴짝폴짝 뛰어댔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족들에게 '최고의 요리사'로 인정받는 게 기쁨이라는 주씨는 세 자녀에게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Fridend+Daddy)'로 통한다.

아빠의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딸 서영양은 "아빠가 제 생일을 맞아 이탈리안식 피자를 직접 만들어주셨는데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며 "아빠가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은 매우 부러워한다"고 아빠 자랑을 늘어놨다. 부인 김씨는 "남편은 늘 좋은 재료만을 골라 정성껏 요리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가끔 화학조미료도 쓰고 외식도 자주 하려는 나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며 "요리를 하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려는 남편 덕에 집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부터 가족은 '식구(食口)'라 불렸고 최근에는 '밥상공동체'로도 불리죠. 가족은 함께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의학적으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행복 호르몬'인 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안정감을 느끼게 되죠." 주씨의 유별난 요리사랑은 결국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은 아빠의 자식사랑이었던 것.

하지만 주씨가 처음부터 요리하는 아빠, 친구 같은 아빠는 아니었다. 공보의 시절인 19년 전 아내와 결혼해 그 다음해에 첫째가 태어났지만 의사로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다. 어린 완호군과 서영양은 귀가하는 아빠를 보지 못한 채 잠이 드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2004년 주씨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국립암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가족의 '전환점'이 생기게 된다. 바로 예상치 못한 늦둥이의 탄생이었다.

"당시 사춘기의 두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려 애썼고 아내와 저 또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다는 생각에 앞으로의 각자의 삶을 계획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놈이 세상에 찾아왔죠. 가족들의 모든 계획이 무너졌어요. 늦둥이 성호는 흩어지려고만 하는 우리의 구심점이 되어주었죠."

막내의 재롱을 보려 모든 가족들은 일찍 집으로 달려갔고 자연스레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은 늘어갔다. "첫째와 둘째에게는 해주지 못했던 아빠의 역할을 앞으론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이때부터 요리를 시작했고 가족여행도 자주 다니게 됐지요."

주씨 부부는 미국에서 돌아오고 난 후에도 교회에서 만난 젊은 부부들과 함께 '부부교실'을 열고 '어떻게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공부를 할 만큼 세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이뤄지는 가족여행도 계속 이어갔다.

섬세한 미각으로 날카로운 '맛집 비평'을 해오던 완호군은 요리사를 꿈꾸고 있고 미술관을 유난히 좋아하고 그림 해석이 독특했던 서영양은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막둥이 성호군은 틈만 나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러대곤 한다.

주씨는 "많은 한국의 부모들은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의 삶을 재단하려 한다"며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많은 것을 경험토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엄부자모(嚴父慈母)가 부모의 미덕으로 통했던 시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40, 50대 모든 아버지들에게 주씨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아버지는 기꺼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해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아버지의 돈이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거든요."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프렌디'란…

영어 '프렌드(Friend·친구)'와 '대디(Daddy·아빠)'가 결합한 말. 각 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더해 '친구 같은 아빠'라는 뜻이다. 프렌디는 아이를 직접 돌보고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빠를 의미한다. 아이들의 참관 수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집에서도 아이를 친구처럼 껴안고 뒹군다.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시로 하며 아이들과 스킨십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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