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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김영란 대법관은 왜 변호사 개업을 포기했나

맑은샘77 2010. 7. 22. 10:46

[Why 뉴스]김영란 대법관은 왜 변호사 개업을 포기했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국회에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퇴임 한 달을 앞둔 김영란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Why뉴스는 오늘, 김영란 대법관이 왜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게 됐는지 전관예우를 둘러싼 근절 대책은 없는지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영란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김영란 대법관과 21일 오후 늦게 통화를 했는데 한마디로 하자면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취지였다. 김 대법관은 "취임 이후 대법관을 마치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계속해 왔는데 변호사는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퇴임 이후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임기가 (8월 24일까지) 아직 한 달 이상이 남았으니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면 혹시 정치나 이런 걸 염두에 둔건가

= 저도 그 점이 궁금해서 질문을 해봤는데 한마디로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을 했다. 김 대법관은 "변호사가 맞지 않아서 하지 않겠다는데 정치가 맞겠는냐?며 "인생에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데 대해 퇴임한 대법관 여러분이 전화를 해서 "잘 결심했다. 좋은 결단이다"라며 격려를 해주는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동료 대법관 중에서도 "너무 잘했다"면서 "대법관 출신이 할 수 있는 '롤모델'을 만들어 보라는 격려를 해줬다"면서 "자신의 결심에 대한 반응이 나쁜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사건만 처리하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생산적인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결단"임을 여러차례 강조 했다.

▶김 대법관의 남편도 검사 출신 변호사 아니냐? 바깥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니까 안하겠다. 이런 취지인 것이냐?

=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 변호사니까 그래서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갖고 있다. 그래서 남편 되는 강지원 변호사와도 통화를 했는데 강 변호사는 "이미 지난해 1월 변호사 사무실을 접었다"고 밝혔다. 김영란 대법관도 "내가 선수를 빼앗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지원 변호사와 김영란 대법관은 변호사직을 계속하는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과 의논을 했다면서 원칙을 일단 "돈벌이에 집착하지 말자"는 것과 "사회를 위해서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두 분이 다 변호사로서의 활동은 하지 않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김영란 대법관의 '결단'이 신선하게 와 닿는 것은 법조계의 고질적인 '전관예우'문제 때문 아니냐

= 그렇다.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의 몸통이 대법관 출신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2~3년 안에 수십억 원의 수임료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심지어 대법관 출신 변호인의 서명이 없으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상고이유서조차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여서 대법관 출신 변호인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착수금만 최소 3천에서 5천만 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례가 됐을 정도이다.


그래서 김영란 대법관에게 전관예우 문제 때문에 변호사를 하지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김 대법관은 여성 1호 대법관인 만큼 변호사로서의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대법관은 그런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관예우 문제 때문에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결심에 따른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혹시나 자신의 결심 때문에 다른 대법관 또는 대법관 출신 변호인들이 오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은 그러면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내부에서 판결하면서 느끼는 것과 달리 밖에서 심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란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첫 사례가 되는 것이냐

= 그건 아니다. 2004년에 퇴임한 조무제 전 대법관이 처음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모교인 동아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긴 적이 있다. 조 전 대법관은 당시 '청빈법관' '딸깍발이 판사'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 조 전 대법관은 퇴임 당시 왜 학자의 길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변호사로 특정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실무에서 익힌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게 공익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조 전 대법관은 동아대 로스쿨에서 강의도 하지만 지난해부터 법원의 민사조정센터장을 맡아 민사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21일 밤늦게 어렵사리 통화를 했는데 지금 맡은 역할에 대해 "법원장 등으로 부서를 지휘 감독할 때보다 분쟁현장에서 직접 조정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은 "고위법관들이 은퇴 후 보람 있는 일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대우나 예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 국회에서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 중 아니냐?

= 그렇다. 국회에서는 전관예우 근절과 변호사 수임료 상한 문제를 두고 찬반양론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판. 검사가 퇴직 1년 전 근무했던 기관의 관할 사건에 대해 1년간 수임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문제는 지금 주로 논의되는 '전관예우 금지 방안'이 제한이나 금지 등 규제위주의 방안이라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규제위주, 제한위주 보다는 검찰총장이나 대법관 등 고위직 출신들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세이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연금만 받고 살 수는 없다"고 했다. 변호사가 나쁜 게 아닌데 전관예우 문제 때문에 오히려 곤란을 겪고 있다면서 고위법관이나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역할이란 게 어떤 거냐?

= 몇 가지 방안이 있다. 서울과 부산에 설치돼 있는 민사조정센터를 맡기는 방안이 있다. 조무제 전 대법관과 박준서 전 대법관이 센터장으로 각각 일하고 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 김영란 대법관은 전임 대법관에게 민사조정센터나 대법원 상고사건 전담 국선변호인을 맡기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강단에 서는 방안이 있겠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대학교나 로스쿨에서도 필요로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로스쿨 순회강연을 맡기기도 한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전직 검찰총장의 경우 연금을 지급하는 데비용을 추가로 지급하더라도 검찰총장 자문역이나 형사정책연구원 등의 고문으로 임용을 해서 경험을 살린 집필을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역할을 맡긴다면불 가능한 제도는 아닌 것 같다.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출신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대기업의 법률 고문을 맡거나 법인 또는 단독개업을 하게 되는데 사실 사건의뢰인들이 이런 전관들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니까 '전관예우를 없애야 한다' '근절해야 한다'는 규제위주의 제도를주장할 것이 아니라 30년 안팎의 경륜을 쌓은 분들이니까 그 경륜을 국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직이나 전직 고위법관 검찰고위직 상당수가 구체적인 할 일이 있다면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남 법무장관도 규제위주로 갈 것이 아니라 그런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전관예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