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했었던 이슬람의 역사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망가졌을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고등학생 때 했던 공부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고는 못하지만.. 시기적 중요성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왜곡되어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역사가 암기과목이라뇨? 시험을 잘 치기위해선 어쩔 수 없다지만,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느껴야 하는 과목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아 왔으며 앞으로 무엇이 벌어질지를 역사는 말하고 있으니까요.
예를들어 이곳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입니다.
왜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국가가 되었는지는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이슬람은 말그대로 이슬람의 메카였던 중동으로 부터 전파된 것입니다.
중동의 이슬람 세력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그 옛날 이 먼 곳 동남아까지 영향을 미칠 순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중동지역은 세계사의 가장 강력한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서구의 중심 로마 보다도, 동양의 중심 중국 보다도
더 강했던 곳이 중동입니다. 군사력만 쌧던 것이 아니라 경제, 문화, 사회, 과학등
종합역량 차원에서 그 당시 중동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였습니다.
4대 문명중 가장 먼저 일어났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바로 중동지역에서 발흥했습니다.
영어 알파벳의 근원은 중동의 페니키아 문자였습니다. 서구 그리스 보다 먼저 지중해를 장악한 건
중동의 페르시아 세력이었습니다. 마호메트 이후 중동의 이슬람세력은 옴미아드에서
아바스로 이어지는 칼리프 왕조를 세우고 유럽의 로마제국과 이베리아반도를 거침없이 유린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신밧드 모험]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8세기경 아바스 왕조였으며..
이 즈음 바닷길을 통하여 이곳 말레이시아에까지 이슬람이 전파됩니다. 셀주크에 이어 등장한
중동지역의 패권자 오스만 투르크는 끝내 1,000년 왕국 동로마제국을 무너뜨리고
그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로 개명합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1세는
헝가리를 손에 넣고 신성로마제국과 스페인을 격파한 후 유럽 최대의 군주로 군림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크로드는 이름이 비단길이어서 마치 중국이 개척한 것처럼
오해되곤 하지만 그 길의 주인은 엄연히 중동의 이슬람세력이었습니다.
그렇게 강했던 이슬람입니다. 근데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석유밖엔 가진게 없는 변두리가 돼버렷습니다. 석유값이 올라가면 웃고.. 떨어지면 웁니다.
마치 사람은 없고.. 자원만 있는 싱겁고 우스운 동네가 돼버린 거죠.
석유라는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도 세계사의 중심에서 밀려나 테러리스트나 나오는
땡깡쟁이 철부지 동네가 돼버린 건... 그쪽 중동사람들이 원래 무능해서 그런거라고요?
아닙니다. 그들은 페르시아와 아바스 그리고 투르크의 후예들로서 석유가 없던 당시에도
사막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었던 무서운 저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석유죠. 축복 처럼 다가왔던 석유는 사실 그들에게 저주였을지도 모릅니다.
석유때문에 그들은 그 옛날 사막의 야성과 저력을 잃어 버린 체,
오늘날 석유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못난 사람들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이슬람의 역사를 석유란 넘이 처절하게 망가뜨려 버린거죠.
만일 석유가 없었다면.. 오늘날 중동이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적어도 지금 보다는 훨씬 좋았을 거라는데 내기를 걸겠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였던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걸작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에 의해서 발전한다."고 하였습니다.
사막이라는 자연의 도전에 응전하며.. 강력한 문명과 역사를 창조했었던
중동의 이슬람들에게 있어, 석유의 존재는 도전요소의 소멸을 의미했고..
결국 도전이 없는 응전이란 힘없는 메아리로 끝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단지 수능시험용 암기과목으로서 배우는게 아니라..
역사를 통해서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