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통스런 동물이 발명한 치료제, 웃음
1991년 오늘은 영국 웨스트버밍햄 보건국이 웃음소리 클리닉의 개설을 허가하고 웃음치료사를 정식직업으로 인정한 날입니다.
국내에서 웃음치료는 제가 1990년대 말 기자생활을 할 때 대중에게 소개한 이후 조금씩 번져갔습니다. 그러께 어느 식당의 여사장님이 제게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면 힘이 납니다”고 가르쳐주더군요. 속으로 ‘내가 국내에 소개했는데…’하는 생각과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나’하는 걱정이 교차하더군요.
웃음치료의 불은 UCLA 교수였던 노먼 커즌즈가 지폈습니다. 그는 1979년 강직성 척추염에서 회복한 뒤 ‘병의 해부’라는 책을 통해 “웃음을 비롯한 긍정적 마음에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 웃음치료, 유머치료가 퍼졌으며 국내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먼저 도입됐습니다. 2005년 서울대병원 이임선 간호사가 유방암 환자 8명의 치유에 웃음을 도입, 병 치료에 정식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즐겁게 웃고 나면 우리 몸의 군대 격인 백혈구와 면역글루블린이 많아져 면역력이 강화됩니다. 웃는 동안 뇌에서 엔도르핀, 엔케팔렌 등 ‘행복호르몬’이 분비돼 고통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유머를 가까이해서 자주 웃으면 일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억지로 웃는 것도 몸에 좋습니다. 얼굴표정 연구로 유명한 UCSF(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폴 에크만 명예교수는 “사람이 특정한 감정을 흉내 내면 몸도 거기에 따라간다”며 일부러라도 웃으라고 권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식당 사장님도 이것을 알고 제게 권했겠죠?
특히 유머는 웃음을 불러내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러나 썰렁한 사람이 유머를 하면 오히려 분위기를 깨기 십상이므로 유머하는 법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범정부차원에서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웃음을 퍼뜨리는 것도 반드시 포함시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죠?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고. 웃음은 고통을 이겨내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입니다. 오늘, 거울을 보며 일부러라도 웃거나, 아니면 동료들을 유머로 웃겨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