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0월 20일 대구시 초, 중고 교장 진로교육 연수에서 강의한 원고입니다.
지난 번 강의 소식을 전했더니 어떤 내용인가를 문의해 오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이곳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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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이 교장선생님인 이유는.....
Ⅰ. 들어가며
<교사와 학생 진로상담 상황 1>
교사 - 장래 희망이 뭐지?
학생 - 그게.... 제가 뭘 해야 할 지 아직...
교사 - 잘 생각해봐.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네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 지, 무엇을 잘하는 지를 생각해
봐. 일단 그걸 정해야 어느 대학 무슨 과를 갈 지를 알아 볼 수 있잖아. 너도 찾아보고 부모님과
도 의논해보고.
<교사와 학생 진로상담 상황 2>
교사 - 어느 대학 가려고 하지?
학생 - 그게.... 제가 뭘 해야 할 지 아직....
교사 - 그럼 과는?
학생 - 그것도 아직...
교사 - 목표가 있어야 공부도 하지. 아직 그 정도도 정하지 못했단 말이야?
학생 - 제가 뭘 잘 하는 지, 적성이 무엇인 지 알 수가 없어서....
교사 - 지난번에 적성 검사했었잖아. 그 때 뭐가 나왔었지?
학생 - 그 결과지만으로는 제가 무엇을 할지를 결정할 수가 없어서 도움을 좀....
교사 - 그건 그 누구보다 너 자신이 잘 알 지. 그러니 잘 생각해봐. 일단 과나 대학을 선택해야 공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야. 일단 정해지면 그 때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교사와 학생 진로상담 상황 3>
교사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학생 - 그게.... 제가 뭘 해야 할 지 아직...
교사 -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지. 알고 있는 직업이나 관심이 가는 직업은 있
니?
학생 - 알고 있는 직업도 별로 없고 알고 있는 것도 솔직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딱히 관심이 가는 직업이 없다는 거예요.
교사 - 일단 네가 알고 있는 직업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직업길라잡이
(http://vcpkorea.com)에 가면 진로 흥미 길라잡이라는 것이 있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관해 알아 볼 수 있고 학과 선택에 관한 도움이나 이색학과나 특성 있는 학교도 소개가
되어 있지.
또한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에서는 다양한 직업들에 관해서 알 수 있어. 직업적성 검
사도 할 수 있어. 노동부워크넷(http://www.work.go.kr)을 찾아가 위의 메뉴 중 청소년을 클릭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 청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참 많아. 한국진로상담연구소
(ww.teensoft.net)에서는 진로나 학습에 관한 고민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인터넷 검색
부담된다면 도서관에 가서 ‘13세 헬로우 워크’라는 책을 먼저 읽어 보는 것은 어떻겠니? 인터넷
트만큼 다양한 직업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흥미와 관련해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어 직업에
관해 알아보는 초기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진로에 관한 것은 너 자신에 관해 가
장 먼저 알아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해. 다양한 적성검사나 심리검사 흥미 검사를 통해 그것을
찾아보고 결과에 대해 너의 생각과 너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조언도 참고해야지. 선
생님은 그 부분에서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일단 책과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 너의 관심사를
먼저 찾아 보고 그 과정에서 네가 관심을 가지게 된 몇 가지 직업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 보는
과정을 가지도록 하자. 이 부분 역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관심 분야가 정해면 그 다음
은 그것과 관련 있는 직업을 찾아보고 그 직업을 위해 필요 한 과정이나 자격증 등을 알아보는
거지.
또한 구체적인 직업이 정해지면 그 직업 에 종사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는 것도 필요해. 일을
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좋고. 선생님도 주변인들을 물색해 너의 직업 멘토가 되어
줄 사람을 찾아볼게. 사정이 안 된다면 위민넷(http://www.women-net.net)의 사이버멘토링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아.
위의 세 가지 사례는 진로와 직업에 관한 교사 모임에서 역할극을 통해 보여 주었던 것들이다. 과연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을까? 학생이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한겨레 신문 기사>
학생들로부터 이런 직업은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토피어리 디자이너, 핸들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유아 리트믹 지도원, 에디토리얼 디자이너 등
연예인 사진이나 진기한 물건을 모으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어떤 직업을 이야기 해 줄 수 있을까? 쓸데없이 그런 일을 한다고, 그런 일 하는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충고대신 이런 직업들을 소개해보면 어떨까? 학예연구원, 서서, 미술품감정사, 보석감정사, 경매회사, 중고 옷가게, 고서점, 앤티크 숍, 골동품가게, 동전, 우표 수집가, 모형점 경영, 조향사, 갤러리스트 등등. 그 일 중에 관심이 가는 일이 있는 지에서 출발하여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와 직업 교육은 매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영역이지만 수능교과 중심의 수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심과 시간 시수로 인해 그 중요성에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공부는 학생이 어느 곳으로 갈 것인가를 정하고 난 뒤 그 과정으로서의 선택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그 순서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우선 각 교과의 성적을 받아 놓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평생 살아가면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 공부부터 하라고 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그저 공부를 한다’, ‘일단 성적이 좋아야’, ‘성적이 나오는 것을 보고’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도 모른 채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진로와 직업 교육은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부터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Ⅱ. 진로와 직업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
진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행로를 말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 노년에 이르기까지 교육, 직업, 결혼, 가정, 여가, 봉사 활동 등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이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자신이 선택한 직업으로 인해 경제적인 보상과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으며 살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진로와 직업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아래 사례로 현재의 상황과 그를 통한 진로와 직업 교육의 필요성을 알아보자.
<사례 1>
부부의사의 아들인 A군.
A군의 장래 희망은 이렇게 변해 왔다.
아주 어릴 때는 엄마처럼 의사, 조금 더 커서는 아빠처럼 의사, 초등학생 때는 축구선수, 중학생이 되어서는 보장(?)되는 직업이라며 다시 의사.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어 수학 점수가 너무 낮아 문과를 가야하는 현실에 직면한 A군. 이제 와서 다시 축구 선수를 꿈꿀 수도 없는데 이제 어쩌면 좋으냐며 부모와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부모 또한 하나 있는 자식이 당연히 자기들의 병원을 물려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의 장래에 관해 의사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심한 끝에 A군은 문과를 가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경영자 과정을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병원은 의사 며느리를 봐서 맡기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 말을 들은 A군.
“그럼 앞으로의 내 꿈은 의사에게 장가가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 병원 운영이지.”
한참을 생각하던 A군.
“그럼 축구 선수 할래요. 지금 축구를 해서 박지성처럼 되겠다 뭐 이런 꿈은 꾸는 것은 아니고요 조기 축구회 만들죠 뭐. 엄마 말처럼 의사 아내 얻어 병원 맡기면 되고 병원 운영이야 사무장으로도 충분 할 테고. 저는 조기축구회나 만들어서 아침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나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되겠네요. 조기축구회 만드는데 이렇게 어려운 공부들 해야 해요? 학교 그만 두면 안 될까요? 의대에 갈 것도 아니고 경영자 과정 그거 꼭 밟을 필요가 있나요? 의사 아내를 얻기 위한 학벌은 필요하겠지만 그냥 이 병원만으로도 오겠다는 여자 있을 테니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공부 안 하면 안돼요? 초등학교 때부터 해 온 수학 정석 정말 몸서리나요. 그냥 축구나 하면서 살고 싶어요.”
A군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을 자퇴하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사례 2>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B양
“저도 언젠가는 제 이름이 찍힌 책을 쓰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나중에요. 지금은 대학, 서울대 정외과에 합격하는 게 목표에요. 엄마는 그래요. 외교관이 되어서도 글은 쓸 수 있다고. 외교관이 쓴 글은 세상 사람들에게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그 좋은 머리로 작가가 말이 되느냐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서울대를 가는 거 외교관이 되는 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근데 우습죠? 저도 그 말에 동감을 한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외교관이 뭘 하는 지 잘 몰라요. 그저 몇 군데서 주워들은 거 밖에는. 근데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외교관이라고 말했고 어느 날 부터인가 그게 내 꿈이 되어 있는 거 있죠? 그러다가 중학교 때 논술과외를 받으면서 작가라는 꿈이 새로 생겼고요. 그것도 웃겨요. 논술 과외하면서 이런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고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점차..... 결국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가끔 그런 생각해요. 내가 외교관이 아니라 처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했으면 엄마의 반응이 어땠을까 하고요. 외교관작가는 가능해도 작가외교관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엄마의 생각이에요.”
<사례 3>
대학 영재원에 다니는 중학교 2학년 C군.
영재원 과제를 발표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늘 옆에서 도와주던 엄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했다. 엄마의 도움 요청으로 C군을 만나보니 물리학에 관한 지식은 대학생, 아니 과학교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보는 책도 대학 물리학이나 대학원생들의 논문이었다. 프로젝트 실험한 것에 관해 발표할 자료라고 보여주기에
“한글 문서로 발표 할 거니?”
“네?”
“영재원 초등학교 때부터 4년째 다닌다지?”
“네. 근데 왜요?”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들이 발표를 했을 텐데 이렇게 워드 작업한 것으로 발표 한 아이가 있었니?”
“아니요.”
“아니요라.... 그럼 넌 이 것을 어떤 형식으로 발표하는데?”
“아, 맞아. 파워포인트요. 잠깐만요. 엄마한테 전화 좀 할게요.”
그리고는 엄마에게 파워포인트 만들어야 하는데 왜 그걸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파워포인트 만드는 거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데 어쩌느냐고, 자기 혼자 한 번도 안 해봐서 자기 혼자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는 C군. 부모가 실험할 주제를 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발표할 파워포인트까지 도와주는 C군. C군에게 장차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물었더니
“글쎄요. 그건 엄마가 알아서 정하겠죠. 저는 그냥 엄마 하라는 대로 공부만 하면 되요.”
<사례 4>
간호사가 꿈이라던 D양. 부키의 전문직 시리즈 중 <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라는 책을 읽게 했더니 간호사의 꿈을 포기했단다. D양이 생각하는 간호사는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병원의 카운터에 앉아 손톱이나 다듬고 젊고 멋진 의사와 연애를 하는 간호사를 꿈꾸었지 책에 나오는 간호사들처럼 그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한다면 다른 일을 찾겠다고.
<사례 5>
진로와 직업시간이 귀찮기만 한 E양의 독백.
나는 내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가장 싫다.
도대체 뭘 적어보라는 거야? 꿈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네. 저 선생은 정말 우리에게 꿈이 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긴 꿈이 있기는 있지. 수능대박 나서 좋은 대학 가는 거. 수시로 갈 수 있음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고. 수능 대박이 꿈이라고 적을까?
나는 공부를 잘 한다. 사람들은 내가 아주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해 공부를 하는 줄 알지만 천만에다. 나는 그저 공부한다. 진짜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공부를 한다.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낫지 않는가.
<사례 6>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쓴 F양의 장래 희망.
나의 꿈은 교대에 가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정적이니까. 사실 이건 내 꿈이라기보다는 엄마의 꿈이지만 말이다. 아버지가 일정한 직업이 없어서인 지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 교사란다. 교사를 하면 방학 때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다른 직업에 비해 여유가 많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년이 60세, 62세인가 하여튼 아주 오래 할 수 있다고 하니 그 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보다 초등학교를 선택한 것은 초등학교가 더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공부 내용이 훨씬 쉬우니까. 아이들도 어리니 말도 더 잘 들을 테고. 사실은 나의 장래 희망은 일반 교사가 아니라 교장선생님이다. 장래희망이 교장선생님인 이유는 수업도 안하고 가끔씩 조회만 하면 되니 그 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가끔은 운동장을 돌아다니고 휴지도 줍고 해야 하지만 수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지 않겠는가. 그런데 바로 교장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교사가 되고 난 다음에 최대한 빨리 교장이 되도록 해야겠다.
Ⅲ. 학교 교육의 목표가 서울대 합격?
인터넷에 올라 온 글 중에 교문 앞에 걸린 서울대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에 대한 글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공통으로 묻고 있는 것은 서울대 합격이 우리 교육의 목표인가 하는 것이다.
교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그 밑을 걸어 학교로 들어가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의 학교가 자랑스러울까?
아이들은 현수막이 자신을 짓누르듯 것 같은 고통을 느끼지는 않을까?
혹시 부모님이 학교 앞을 지나다가 거기 적힌 아이들의 이름을 보고 자신에게 실망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지는 않을까?
그 현수막을 보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명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나는 못가지만 친구들이 가주었으니 우리 학교는 자랑스러운 학교라고 생각할까?
자신의 아이 이름이 거기 없는데 서울대를 몇 명이나 갔으니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명문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그래도 다른 집 아이들 덕분에 자신의 아이가 명문대는 못가도 명문고는 졸업했다 위안 삼을까?
현수막에 이름이 적힌 그 아이들만의 학교는 아닐진대. 현수막이 요긴하게 쓰이기도 한다. 학부형들은 현수막을 보고 서울대 간 아이들의 이름을 메모한다. 그 아이가 다닌 학원이 어딘 지 어떤 과외선생님에게 배웠는 지를 수소문 하기 위해서. 이런 현실을 학교만 모른단 말인가.
졸업식에서 공로상을 받는 것도 서울대 합격생. 그 몇 명을 위해 박수를 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아는 지.
“도대체 학교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뭐예요? 졸업식 안내장에 서울대 몇 명, 고려대 몇 명. 소위 명문대학이라 이름 불리는 몇몇 대학에 몇 명이 들어갔는지 숫자를 적어 두고 그 나머지는 뭉떵그려 기타로 취급 되고 있잖아요. 그럼 학원처럼 거기 갈 애들만 학교 오라고 하던지요.”
아직까지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교문에 걸린 적을 본 적이 없다.
<봉사활동을 200시간 넘게 한 ○○○>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 학생 △△△>
<몸이 불편한 친구를 매일 도와주는 □□□>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는 ◇◇◇>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가치관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바르게 아름답게 잘 자란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자랑스러워해 주지 못하는 학교.
공부를 위해서는 그런 것쯤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걸까? 그런 건 명문대학에 들어 간 후에 갖추면 된다고. 똑똑한 아이들은 머리가 좋아 그런 것도 빨리 잘 하게 될 거라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들어 간 아이들의 미래는 과연 보장이 되고 있는가?
서울대 학생들 중 전과를 하는 학생의 수가 자꾸만 늘어나고 반수생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서울대를 자퇴한 학생의 수가 774명이라고 한다. 또한 2004년도 서울대 92개 학부 중 54개 학부는 순 취업율이 50%도 안 되었다고 한다. 철학과는 단 한명도 취직을 못했다고. 그리고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명문대를 위한 학교의 몸부림은 치열하기까지 한 것 또한 현실이다.
학교는 전교생 모두를 위한, 모두의 학교여야 한다. 비록 공부는 꼴찌를 하더라도 그 학교를 다님으로서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설계할 수 있고 그곳에서 배운 가치관으로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살더라도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일하고 있는 것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앞 떡볶이 집을 꿈꾸는 아이의 꿈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가슴에 그것을 담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학교의 최고 관리자인 교장의 마인드와 리더쉽은 너무나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의 진학률을 명문학교의 척도로 삼기 보다는 아이들의 행복한 꿈꾸기 지수를 그 척도로 삼아야 할 것이고 바로 그것을 위해 학교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
Ⅳ. 꿈을 꾸게 도와주는 학교와 교사
경남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저소득층자녀와 장애우 멘토링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들 워크숍에 갔을 때 한 대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멘티에게 꿈을 주고 싶은데... 그 아이는.... 꿈을 꾸려고 하지를 않아요. 도대체 뭐가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말문이 탁 막히는 겁니다.”
아이들이 꿈을 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으로 본 교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유난히 책을 좋아했었던 본교사는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이 침대에서 자보고 오후에 홍차를 마셔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어머니께 이야기 하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셨다.
“넌 왜 자꾸만 세상에 없는 것을 꿈꾸는 거냐? 침대라는 게 뭐꼬? 홍차? 나는 홍시는 알아도 홍차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 그런 건 세상에 없다. 그냥 책에나 나오는 거니까 다시는 그런 걸로 졸라대지 마라.”
어머니의 그런 건 세상에 없다는 단호한 말씀. 세상에 없는 것.....
세상에 분명 존재하지만 <어머니께서 알고 계신 세상>에는 없는 침대와 홍차. 세상에 없는 것을 꿈꾸는 딸이, 그것을 해 달라 졸라대는 딸 때문에 어머니는 많이 곤혹스러워 하셨고 결국 딸의 등짝을 때리시기에 이르렀다.
“책 읽고 공부하라고 했지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에 관심가지라 하드나? 졸라댈 걸 졸라라. 너 그 고집이 매를 번다는 거 알제? 디지게 맞아봐야 그 말하는 입이 쑥 들어가제?”
그리고 철썩 철썩. 어머니 손에 맞아 아픈 등보다 더 본 교사를 아프게 했던 것은 분명 있다고 믿었던, 그래서 꼭 가지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실망감이었다.
침대에서 자는 꿈은 과수원을 하는 친구 집에서 얻어 온 나무 사과박스로 만들어서 이루었지만 시골에서 아무리 간절히 꿈꾸어도 홍차를 마시는 것은 이룰 수가 없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 대구로 전학을 온 후 드디어 홍차를 마셔 보면서 깨달은 것은 꿈을 꾸기 위해서는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 침대와 홍차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그렇게 단호하게 세상에는 없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은,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진실이고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 교사는 책이라는 것을 통해 본 세상에는 존재하는 것들이었고 다른 세상을 보았기에 그들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꿈만 꾼다고, 거창한 꿈을 가지고만 있다고 하여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침대처럼 사과궤짝으로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5일장이 서는 날마다 장터에 나가 홍차를 파는 사람이 있느냐 묻고 다녀도 결국은 그곳에서는 홍차를 마셔보지 못한 것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꿈을 꾸지 않는 아이에게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다양한 체험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알아야 만이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니까. 책을 통한 간접 체험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Ⅴ. 진로와 직업 교육의 다양화 방안 몇 가지
학교에서의 진로와 직업 시간은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보여주었던 교사와 학생의 대화처럼 장래 희망을 정하는 것은 학생과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는 진학을 위한 지도만 해주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진학지도는 전문직이나 취업을 전제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 창업을 위한 비즈쿨
학교에서의 진학 지도에서 창업은 거의 제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사회를 구성하는 직업 중에는 자영업을 비롯한 창업을 기초로 한 것이 매우 많은 것이 현실이다. 졸업 후에 액세서리나 옷 가게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나 막창집을 열고 싶은 학생이 학교에서 진로와 직업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미약하다. 또한 자신만의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그것을 위해 도움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비즈쿨을 통해 학생들의 창업에 관한 정보와 경험을 쌓고 있기는 하지만 참여하는 학교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대분 전문계고등학교이고 동아리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창업과 관련하고 도움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이라 앞으로의 관심과 확장을 기대해본다.
2. 직업 체험을 위한 현장학습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현장학습 중 대표적인 것으로 3박 4일의 제주도 등으로 단체 여행을 가는 것이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관광이 거의 전부인 여행 대신 학생들의 직업 체험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학급 단위의 하루 동안의 직업 체험 학습도 장소를 물색하고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매년 느끼고 있지만 그에 비해 학생들이 경험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값진 것이었다고 한다. 전문대학에서의 각 과별 경험도 좋고 3년 전 부터 실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있는 애망원 봉사활동도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어 주고 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관한 것도 알게 되었지만 봉사활동의 필요성과 그로 인한 보람을 경험함으로서 자신의 진로에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치를 더욱 크게 담을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현장학습을 통해 관련학과로 진학을 하거나 대학생 멘토활동을 하는 졸업생을 볼 때 짧지만 현장에서의 직업 체험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급 단위로 학년 단위로 학교가 다양한 직업 체험의 장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3. 다양한 인적 자원인 학부모의 활용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1일 교사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의 거친 말투에 관해 어떻게 수업을 할까 하다가 졸업생 중에 유난히 말이 거칠고 욕을 잘 하던 제자를 1일 교사로 초청을 하였다. 교사의 수업보다 선배의 경험담을, 그리고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소아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생이 된 이야기를 할 때 학생들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은 그 수업을 통해 교사라는 직업과 의사, 심리치료사 등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이 처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어른들이 그 직업을 갖게 된 계기와 과정,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살면서 느끼는 것과 그로 인해 누리는 혜택 등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학교가 인적 자원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4. 진로와 직업 시간 수업 최대한 활용하기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로와 직업 수업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꿈 찾기 과정을 통해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목표가 세워진다면 공부는 그를 위해 자신의 열정으로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서 고등학교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들의 인식 전환이 매우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진로와 직업에 관한 교육은 정해진 수업시간에 담당교사를 통해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하지만 진로상담 교사만의 몫이 아니라 전교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인 가치관 교육과 연관된 직업 윤리의식에서부터 구체적인 직업 소개까지. 각 교과 담당 교사가 자신의 전공과목과 연관된 직업들을 다양하게 알고 구체적으로 소개해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한 직업에 관한 새로운 정보에 관한 연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가야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5. 학부모 교육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고 하면 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나중에요, 나중에. 일단 대학은 들어가 놓고 책을 읽던 지 뭘 하던 지 해야지.”
대학에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그건 대학을 들어 간 후에 하겠단다.
책읽기에 관한 반응처럼 진로와 직업에 관한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일단 좋은 성적 받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먼저죠. 직업이다 꿈이다 그건 일단 대학에 붙은 후에.... 그러기 위해서는 민사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를 가야하고요."
아이들의 교육은 학생 자신과 학교, 그리고 학부모가 합심을 할 때 가능하다. 교사들의 인식 고취와 함께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그 또한 학교의 몫이라 생각한다.
Ⅵ. 나오며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할까?
세계 경제는 날로 불안해져가고 평생 직업의 의미도 없어져 가고 유망직종도 자꾸만 변해간다.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닌 이웃과 친구와 동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따뜻하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자신만큼 다른 사람도 가슴으로 안아주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무한 경쟁의 과정을 거쳐 오로지 1등을 향하여 명문을 향하여 달려 온 사람에게 세상을 향한 따뜻함이 없다면 그들이 지도층인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의대생이 자신의 싸이월드에 올려놓은 글은 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게으르고 무능력한 친구들을 보면 혐오감에 몸서리쳐진다. 공부시간에 졸고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시험 점수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떻게 인생을 저 따위로 살까 싶은 생각에. 나는 자신의 삶을 낭비하는 사람이 가장 싫다.’
그 사람이 의사가 되었을 때 가난하여 병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나누어 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법대생이 있다면 무식하고 하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위해 변론을 해주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면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죽을 만큼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도 있다. 35명의 학생들을 1등부터 35등까지 등수를 매기는 이 현실에서는 35등은 그 누가 해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100점을 맞아도 그 어떤 것으로도 그들을 나누어야 한다면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개인의 다양함을 인정하는 것과 그 다양함이 직업으로 이어져 자신의 가치와 개인적인 만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따뜻한 리더만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미술교사였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림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놀라운 아버지>라는 책에 이런 그림이 나온다.
아이들이 모기에 물릴까봐 교실 크기만 한 모기장을 전국을 수소문해 만들었다는 선생님. 공부 열심히 해, 라는 말보다 강한 힘을 가졌을 그 모기장.
그 모기장 안에서 공부한 아이들은 어땠을까? 1등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을 위한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를 가슴에 담고 흐뭇했을 것이다. 그 모기장 안에서 공부를 한 아이 중에도 1등은 있고 2등도 있고 10등도 있고 꼴찌도 있었겠지만 그 모든 아이들은 시험 등수보다 더 큰 것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그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그 배려를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풀어내면서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는다. 학교와 교사가 진정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그런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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