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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라마 [이산] 정순왕후, 일일교사가 된 사연

맑은샘77 2008. 6. 24. 10:29

 

 

MBC 드라마 [이산]에서 정순왕후 역으로 맹활약을 한 탤런트 [김여진]씨가 초등학교로 갔다.
사연은 즉, 어느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하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만났는데,
그리고 지금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량난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북한어린이들을 돕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

김여진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지역의 각 초등학교를 들아다니며 [북한식량난]을 알리는 일일교사를 해보겠다고 자처하였다. 나는 교사를 하고 있는 학교 후배의 소개로, 운좋게 김여진씨의 수업현장에 함께 하게 되었다.

 

서울 봉은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이다.
아이들은 쉴새없이 떠들고 있다가 김여진씨가 들어서자 모두들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복도를 걸어오는 김여진씨, 이산에서 정순왕후역에서 보여주었던 엄중한 모습이 아니라, 초임발령 받은 풋풋한 선생님 차림이다.

 

 

수업은 [공감] 이라는 글자를 칠판에 적으며 시작되었다. 오늘의 수업주제는 어떻게 공감을 잘 할 수 있을까 라고 얘기한다. 공감을 잘해야 훌륭한 연기자가 될 수 있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항상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란다.
 
책상 위에 컵이 하나 있어요. 상상을 해보세요.
컵 모양은 자기가 좋아하는 모양을 그리세요.
컵 안에는 자기가 제일 종아하는 음료수가 담아 있어요.
그럼 컵을 잡아보세요. 온도가 느껴져요?
이번에는 들어보세요.
이번에는 꿀떡꿀떡 마셔요. 입술에, 혀에, 목으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까 마음이 차분해졌죠?

 

하니까 아이들은 금새 선생님의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같은 반에서 가난하게 사는 한 친구의 이야기였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 횡하니 굶어있는 친구의 동생 이야기였다.

 

이야기 듣고 나니까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여진씨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온갖 이야기를 쏟아낸다.
(불쌍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다) (도와주고 싶다) (도와주기 귀찮다)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나의 처지가 아니다) (나와 처지가 비슷해서 도와주고 싶다)

 

이어서 인도와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여진씨는 다시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야기한다.

우리가 1달러가 얼마죠? (1000원)
1000원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스크림 사먹을 수 있어요)
베스킨라빈스는 3000원이나 하죠.
1000원으로 밥을 사먹을 수 있어요? (아뇨)
그런데 저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는 1000원으로 온 가족이 하루를 살아요.
그것도 제대로 된 밥이 아니라 죽 한그릇이예요.
하루에 세끼를 먹어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친구들이예요.
그렇게 이 친구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죽을 수 있는 아이들이 살아날 수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1000원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까요?
내가 생명의 은인이 되어보는 것이 별로 없죠.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의 굶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준다.
우리랑 생김새도 비슷하고, 말도 같은 아이들이다.

 

 

여러분, 북한 하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김정일, 한민족, 공산주의...)
북한 하면, 싫지 않아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쵸? 저도 그래요.
저도 북한 사람들 힘들다 얘기는 들어도, 왜 쫌 잘 살지 맨날 못산다고 그러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부는 맨날 북한과 싸워요. 그쵸? 말도 잘 안들어요.
여러분들이 집에서 말 잘 안 듯이 말이죠.
엄마한테 말 잘 안들어서 밥 굶어본 적 있어요?
저 같으면 한 끼는 굶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두끼, 세끼 굶어 봤어요? (아니요)
제가 좀 전에 다른 아시아의 어린이들은 하루에 한 가족이 1000원을 가지고 산다고 했어요.
지금 북한에서는 1000원이면 한 가족이 한달을 살 수 있어요.

 

1000원으로 한 가족이 한달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모두 ‘와...’하고 놀란다.

왜냐하면 정말 정말 최소한도로 먹고 살기 때문이예요.
하루에 한끼 정도 먹어요. 한끼는 어떻게 먹느냐? 풀이랑 밀가루를 섞어서 죽을 끓여요.
지금 현재 그렇게 먹고 있어요.

 

보고 나니까 어떤 느낌이 들어요?
(아무 느낌이 없어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같은 민족이면서 우리는 잘 살고, 북한은 못 사는 것이 안타까워요)
(많이 불쌍해요)
(먹 먹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다시 김여진씨는 아이들의 말을 이어 받아서 이야기한다.
점점 목소리가 떨리는 듯한 것이 느껴진다.

 

여러분한테 친구가 한명 있다고 봅시다.

나는 얘기 진짜 싫어...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떤 성격을 가진 애가 제일 싫어요?
(잘난 척하는 애요.) (뒷따마 까는 애요.) (참견하고 고자질 하는 애요.) (선생님한테 아첨하는 애요.)
(관심받고 싶어서 장난치는 애요.) (싸가지 없는 애들.) (나 대는 애들.)


싫어하는 애들의 유형이 이렇게 많아요.
그런데, 이런 유형을 모두 가진 애가 한 명 있어요.
말만 꺼내면 잘난 척하고, 뒷따마 까고, 선생님한테 맨날 고자질 하고, 내가 무언가 할려하면 다 참견해... 그런 애가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밥을 굶는데요.
한끼를 굶은 것도 아니고, 두끼를 굶은 것도 아니고, 벌써 일주일을 굶었어요.
여러분 일주일 굶는다는 것이 상상도 안가죠? 한달, 두달 굶으면 죽게 되요.
아주 아주 고통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는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 거예요.

 

지금 북한에서는
여러분만한 어린이들, 여러분보다 더 작은 어린이들이 한달, 두달 굶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여러분이 얘기한 세상에서 제일 미운 그 친구가 일주일 굶었어요.
그래도 미울까?  (아니요)
일단 먹을 것을 줘야겠죠?
먹이고 난 후, 너 좀 사람답게 살아라 요구를 하더라도, 일단 먹을 것은 주겠죠?

그리고 한 북한어린이의 얼굴 사진을 비춰주었다.

 

 

이 친구, 살만 조금 찌면 예쁘지 않겠어요?
가만히 저 친구 얼굴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저 친구에게 각자 지어주고 싶은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번에는 마음 속으로 저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야” 라고.
불러봤어요?
아는 애 같지 않아요?
지금부터 제 이름은 여러분이 지어준 그 이름이예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저 아이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저 아이가 지금 문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저 아이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다음시간에는 친구들과 선생님과 마음껏 이야기해 보면 좋겠어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김여진씨에게 큰 박수를 쳐준다.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Q : 다른 학교, 다른 반도 많을텐데, 왜 우리 반에 오셨어요?
A : 여러분이 이뻐서..ㅋㅋ 가 아니라, 얼마전에 여러분 선생님이랑 얼마전에 북한의 식량상황이안좋아서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로 함께 얘기나누다가 여기 여러분을 찾아오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반들을 찾아갈 거예요.

 

Q : 이산에 출연한 다른 사람들도 이런 수업을 많이 해줄 수 있어요?
A : 제가 한번 열심히 노력해볼께요. 그건 여러분과 제가 얼마나 수업을 잘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연예인들이 여기에 동참할 거예요.

 

Q : 다른 반도 가주실 수 있어요?
A : 다른 반도 가볼까요?
    (안돼요. 우리반만 오세요!!!ㅋㅋ)

 

Q : 하루에 몇시간씩 촬영하세요?
A : 아주 많이할 때는 2박3일 꼬박해요. 안할 때는 준비만 6시간 하고, 촬영는 10분만에 끝날 때도 있어요. 늘 불규칙한 직업이예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싸인해 주세요” 하고 달려드는 아이들! ㅋㅋ
갑자기 칠판 앞이 아수라장이 된다.

 

다함께 기념촬영!
마지막으로 다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아이들은 각자 마음 속에 정한 북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00야, 힘내!”
하고 외쳤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정순왕후님이 오셔서 북한의 아이들 상황을 이야기해 주니까, 어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같은 얼굴 생김새, 같은 말을 쓰는 북한의 친구들이 굶어죽는 다는데, 왜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아이들의 소감과 수업풍경을 잠깐 동영상으로 찍어보았다.

 

 

40분간의 짧은 수업이었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이 뭉클했다. 앞으로 한달동안 계속 일일교사를 자처해서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을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시민단체의 홍보대사로 와서 잠깐 기념촬영 몇 번 해주는 것은 보았지만, 이렇게 열정적으로 굶주리는 아이들을 알리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김여진씨의 마음 속에 어떤 감정이 일었기에 이렇게 마음을 내시는 것일까? 김여진씨처럼 가슴이 따뜻한 연예인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김여진씨의 학교방문 일일교사 프로그램은 6,7월 한달 동안 계속된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많은 선생님들의 김여진씨 초청 일일교사수업 신청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김여진씨와 함께하는 북한어린이돕기 후원계좌 : 국민은행 484201-01-134875 (예금주 : (사)JTS)  

출처 : 희망플랜
글쓴이 : 희망플래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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