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담/우울증

무력감도 학습된다: 학습성 무력감

맑은샘77 2007. 6. 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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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에야 다들 까맣게 잊어먹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온 사회가 시끌벅적했다. 자살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연예인이어서 그들의 자살이 주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자살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OECD국가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자살왕국이다.

자살의 배후에는 우울증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자살과 관련된 기사가 신문에 실리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5년 한해에 자살로 숨진 사람이 1만2백74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에 이른다. 1천명당 자살자는 26.1명으로 자살대국 일본의 20.3명을 멀찌감치 따돌려 놓은 상태이다.


자살에는 지위고하도 없어  정몽헌 현대회장,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김인곤 조선대학 이사장 등 저명인사의 자살로부터 생계형 일가족 집단자살, 지하철 투신자살, 인터넷 자살동호회를 통한 집단자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있다.


모든 자살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자살의 배후에는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우울증의 상당 부분은 학습성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서 비롯된다. 학습성 무력감이란 무력감이 학습을 통하여 굳어져 버리는 것을 말한다.


우선 학습성 무력감연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셀리그먼(Seligman)이라는 심리학자의 실험을 살펴보자. 개들을 대상으로 한 셀리그먼의 실험은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개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조건으로 나뉘어졌다. 보통 실험은 자극의 효과를 보기 위하여 통제조건과 실험조건으로 나누어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첫날의 실험에서는 모든 조건의 개는 다리를 집어넣을 수 있는 4개의 구멍이 있는 그물로 고정되었다. 목은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물은 다소 느슨했기 때문에 머리는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었다. 이렇게 고정시킨 개에게 90초 간격으로 5초간 계속되는 전기쇼크(6.0mA)를 하루 64회 가했다. 전기쇼크는 상처를 남길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에게 불쾌한 느낌이나 고통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개가 전기쇼크를 피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실험조건이 설정되었고, 각 조건에는 18마리의 개가 할당되었다


(1) 회피가능한 조건
 눈앞에 나무판이 있어, 그것을 코로 밀면 전기쇼크를 멈추게 할 수 있다.


(2) 회피 불가능 조건
 역시 눈앞에 나무판이 있지만, 전기쇼크를 차단하는 스위치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밀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따라서 개는 주어지는 전기쇼크를 불가항력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3) 통제조건
첫째 날에는 전기쇼크가 가해지지 않았다.


둘째 날의 실험에서 각 조건의 개들은 회피학습을 시키기 위한 실험장치(셔틀복스)에 집어넣어졌다. 회피학습이란 불쾌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피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을 말한다 .

셔틀복스는 개의 어깨 정도의 벽으로 나뉘어진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개가 한쪽 방에 있으면 갑자기 불이 꺼지고 10초 후에는 전기쇼크(4.5mA)가 주어졌다. 그 10초간 벽을 뛰어 넘어 반대편 방으로 가면 얼마든지 전기쇼크를 회피할 수 있게 되있었다.


즉 셔틀복스는 전기쇼크가 주어지더라도 바로 반대쪽 방으로만 간다면 쉽게 쇼크를 피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개가 반대쪽으로 가지 않더라도 60초 후에는 자동적으로 전기쇼크는 멈추게끔 되어 있었다.
 

실험에서는 정해진 한쪽 방에서만 전기충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쪽 방 모두에서 전기쇼크가 주어졌기 때문에, 방의 불이 꺼지면 반드시 반대쪽으로 이동해야만이 전기쇼크를 피할 수 있었다. 실험은 평균 90초의 간격으로 10번씩 시행되었다.


실험의 결과, 회피불가능조건의 개들만이 다른 두 조건에 비하여 전기쇼크를 회피하는 동작을 학습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번에 걸친 시행 중 회피에 실패한 평균 회수는 회피불가능조건이 7.25회, 회피가능조건이 2.63회, 통제조건이 2.25회였던 것이다.


회피조건을 제외한 조건에서는 멋모르고  한두번은 당했지만 곧 피할 수 있는 행동을 습득했지만 회피불가능 조건에서는 그러한 행동을 습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피불가능 조건의 개들은 전기충격이 주어지면 웅크린 채 60초간의 충격을 참으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자신의 행동이 아무런 효력이 없이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경험으로부터 무력감을 학습하고 만 것이다.


우울증과 학습성 무력감


셀리그만은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 우리들 인간이나 동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쾌한 자극이 계속하여 주어지면 무기력해져, 설사 자신이 움직이면 그것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학습성 무력감이라고 불렀다. 즉 무력감이 학습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셀리그만에 따르면 학습성 무력감 상태가 되면 (1)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2)새로운 행동패턴을 획득하는 것이 저해되며, (3)심리적으로 혼란상태를 보인다. 그리고 학습성 무력감이 지속되면서 점점 강해지면 결국은 우울증으로 발전된다고 지적했다. 학습성 무력감의 결과는 보통 세가지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1)동기부여의 저하: 무슨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려고 들지 않는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설사 무엇을 하더라도 소극적이 된다.


(2)인지의 왜곡: 반응이 결과를 컨트롤한다는 학습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주어진 난관을 극복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3)감정장애: 우울, 불안, 적개심과 공격심의 저하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말해 회사 일이나 집안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것이다. 식욕도 성욕도 일어나지 않는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고 “죽어 버릴까”하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때도 많다. 이 모두 무력감이 학습된 결과이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결국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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